[교계 핫이슈] 세금폭탄 발원지 강남구청의 ‘이중잣대’
입력 2012-07-06 18:21
사찰내 전통찻집은 괜찮고 교회내 카페는 안된다?
강남구의 세금 부과 조치에 교회들이 반발하는 이유는 문제에 접근하는 방법이나 행정처리 방식에 심각한 문제점이 있기 때문이다. 강남구의 처리과정을 살펴보면 반기독교 정서에 편승한 감정적 조치로 의심할 만한 대목들이 적지 않다.
종교시설 내 수익사업은 오래된 관행이다. 교회 내 기독서점이나 사찰 내 전통찻집이 대표적이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영리를 목적으로 한 명백한 수익사업이 아닌 한 넓은 의미의 종교 활동에 포함되는 것으로 보고 비과세를 용인해왔다.
물론 정책적 판단에 따라 지자체가 비과세 관행을 더 이상 인정치 않고 과세키로 결정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종교시설 내 수익사업의 기준을 명확히 만든 다음 해당 종교단체에 이를 알려주고 자진신고토록 하는 순서를 밟는 게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공무처리 절차다.
하지만 강남구는 해당 교회가 고의적으로 탈세를 저지른 것처럼 일방적으로 조치하고 언론에 흘리는 등 폭압적으로 처리했다. 수익사업의 기준이 분명치 않다는 정당한 문제제기에 대해서는 ‘소송을 걸려면 걸라’는 식으로 대응했다. 일부 언론은 이를 보도하며 교회가 엄청난 탈세를 저지른 범죄 집단인 것처럼 매도했다.
교회가 최근 카페나 베이커리, 문화공간을 운영하는 것은 성도들의 교제와 편의를 도모하는 것 외에 소외된 이웃들에게 직업교육의 기회와 일자리를 제공하는 등 공공복리적 목적을 위해서다. 과세대상이 된 교회들은 지역사회 섬김에 적극적이었고 대부분 재정도 건실한 편이어서 커피나 빵을 팔아 보태야 할 형편도 아니다. 그런데도 강남구는 이들 교회가 영리를 목적으로 돈벌이를 하고 세금을 고의로 누락한 것처럼 몰고 갔다.
강남구가 종교시설 내 수익사업에 세금을 물리면서 굳이 교회만 문제 삼은 이유도 석연치 않다. 이번에 강남구가 감사를 실시한 관내 종교시설을 종교별로 분류해 보면 기독교가 188곳으로 가장 많다. 하지만 불교 14곳, 천주교 34곳, 원불교 2곳 기타종교 13곳 등도 존재한다.
특히 불교의 경우 조계종 총무원 직할 사찰인 봉은사와 능인선원 등 전국에서 손꼽히는 규모의 초대형 사찰이 2개나 존재한다. 삼성동 코엑스 건너편에 있는 봉은사는 전통찻집 ‘산중다원’, 불교용품전문점 ‘응향각’, 유기농 농산물판매점 ‘솔향기’ 등을 운영하고 있다. 포이동 능인선원도 도서·불교용품 판매코너, 능인생활협동조합 푸른나라, 신협금고, 상조회 등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 사찰이 예외적인 것은 아니다. 유명 관광지나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 위치한 사찰은 대부분 전통찻집과 불교용품 판매점을 운영하고 있고 신도들 외에 등산객이나 관광객도 많이 이용한다.
강남구는 그러나 봉은사나 능인선원 내 수익사업을 문제 삼지 않은 이유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해줄 수 없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사찰 내 전통찻집은 괜찮지만 교회 내 카페는 안 된다는 이중잣대를 갖고 있다는 의혹을 벗고 싶다면 강남구는 감사 내용을 전면 공개하고 검증받을 필요가 있다.
송세영·노석조 기자 sysoh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