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년, 이순신-① 독서광] 책에 화살을 꽂아라

입력 2012-07-06 18:29


이순신 시대의 백년은 전쟁의 시대였다. 그런데도 무인들은 병법을 공부하지 않아 늘 패했다. 때문에 당시 학자인 이수광은 무인들을 무식한 싸움꾼으로 평가할 정도였다.

이순신도 활을 쏘고 말을 탔다. 그러나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지혜를 갈고 닦기 위해 늘 책을 끼고 지냈다. 그 노력이 싸우기 전에 먼저 이기는 불패의 장수로 만들었다. ‘난중일기’와 ‘임진장초’에는 그의 치열한 독서 흔적이 많다. 그 점이 원균과의 차이였다. 한산대첩 직전, 이순신은 원균의 무지에서 비롯된 돌격 주장을 비판하며 말했다. “그렇게 하면 패할 것이다.”

이순신은 류성룡의 병서 ‘증손전수방략’을 읽고 감탄했고, 우리 역사책을 읽고 통탄했다. 수시로 침략 당했던 송나라의 전쟁사를 연구하려고 ‘송사’를 읽고 독후감을 썼다. 송의 명장 악비(岳飛)의 전기인 ‘정충록’을 읽고는 글귀를 메모했다. 유학자들이 사이비 역사책이라며 읽지 말라던 ‘삼국지’에서 공명의 지혜를 배웠다.

그의 독서법은 이수광이 말하는 활쏘기 독서법이었다. 과녁에 마음을 집중시켜 활을 쏜 것처럼, 책에 마음의 화살을 명중시켰다. 그런 독서법이 결정적인 순간에 “유레카!”를 외칠 수 있게 만들었다.

책에서 궁금한 것은 끝까지 해답을 찾았다. 무과 시험을 볼 때 시험관이 “장량이 신선이 되겠다고 했는데 신선이 되었느냐”고 물었다. 이순신은 대답했다. “통감강목에 따르면 한 혜제 6년에 죽었습니다.” 단 한 줄의 기록까지 확인했던 것이다.

관심이 있는 책은 원서까지 찾아 읽었다. 이순신이 자주 말했던 “끝과 처음을 같이 하라(終始如一)”는 순자의 ‘의병편’에 나오는 말이다. 평상시 참고했던 ‘역대병요’에는 요약만 있으니 원전인 ‘순자’까지 공부했다는 결론이다. 퇴계의 독서법처럼 이순신은 정신을 차려 수없이 반복해 읽어 몸에 흠뻑 적셨고, 사색하면서 완전하게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

독서가 만든 대표적인 기적은 울돌목에서 13척으로 133척을 격파한 명량해전이다. 전날 이순신은 장졸들에게 ‘오자병법’을 변형해 말했다. “반드시 죽고자 하면 살고, 살려고 하면 죽는다(必死則生, 必生則死). 한 명이 길목을 지키면 천 명도 두렵게 할 수 있다(一夫當逕, 足懼千夫).” 오자가 말한 자세와 전략을 명량에서 응용했고, 불멸의 승리를 일구었다. 이순신처럼 집중해 마음의 화살을 쏘면 지혜가 흘러넘치게 될 것이다.

박종평(역사비평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