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가정동 중앙시장 상인들의 활로찾기
5일 오후 인천 가정동 중앙시장. 먹구름 가득한 하늘, 이내 세찬 빗줄기가 바닥을 친다. 불경기에 날씨마저 이러니 점포마다 상인들 한숨소리가 들릴 법한데…. 어? 그런데, 의외로 손님이 많고 활기가 넘쳤다.
아이와 함께 비를 피해 서둘러 시장골목, 아케이드 지붕 밑으로 달리는 30대 엄마, 야채가게에서 구입한 찬거리를 집까지 배달하기 위해 무료배송 서비스를 신청하는 50대 주부, 시장에서 발행한 할인쿠폰을 모아와 전통시장 ‘온누리 상품권’으로 교환하는 70대 할머니까지.
이재길(47)씨는 이곳에서 18년째 ‘밤비노 아동복’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우리 매장만 하더라도 지난 3년간 매출이 매년 10%씩 계속 떨어졌다”면서 “이틀에 한 번 남대문 가서 옷을 떼어 왔는데 지금은 일주일에 두 번밖에 안 간다”고 말했다.
2004년까지 중앙시장 인근은 주공아파트, 빌라, 다세대 주택 등이 들어선 서민 밀집 지역이었다. 그럭저럭 전통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주공아파트단지 재건축이 시작되고 시장 뒤편 가정오거리 뉴타운 개발로 3만 명의 주민이 이지역을 떠나갔다. 2009년부터 고층아파트가 들어서고 관내엔 16개의 대형마트, 기업형슈퍼마켓(SSM)이 입점했다. 근처 청라지구에도 내년 초 2개가 더 들어설 예정이다. 출산율도 낮아져 집집마다 아동복 사 입힐 자녀수도 줄고 있다.
113개 점포(25개 노점)로 구성된 중앙시장 의 상인연합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외부 악조건과 더불어 이 불황이 얼마나 오래갈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를 비롯한 이곳 시장 사람들이 걱정만 하면서 손을 놓고 있는 것은 결코 아니었다. 그는 “상인들 스스로 적극적인 변화를 꾀한다면 희망은 아직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대형마트 하면 피해의식 때문에 손사래 치는 상인도 많다. 하지만 나 같은 경우 장사가 바쁘더라도 매주 한 번씩은 대형마트를 찾아 제품 종류, 상품 진열 방법까지 꼼꼼하게 살핀다”고 말했다. 대형마트를 무조건 탓하기보다 지피지기(知彼知己)의 자세로 배울 점은 배워야 한다는 얘기다.
다음날 오후 2시. “궂은 날씨에 오셔서 함께 활짝 웃는 시간 만드십시오.”
이 회장의 안내방송이 끝나고 20여명의 상인이 상인회 사무실에 모였다. 상인대학 심화과정 ‘점포경영전략’ 수업. 상인대학은 전통시장 상인들의 경쟁력 강화를 목적으로 중소기업청 시장경영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시작된 상인교육프로그램이다. 상인들은 수업을 통해 상권 분석, 고객 관리, 상품 진열 등에 대한 교육을 받는다.
나물 장사를 하는 송은숙(54)씨는 “고객을 생각 않는 ‘무데뽀’ 장사는 이제 없다”면서 “수업 이후 자신감도 생기고 수업 내용을 직접 점포에 적용하다 보니 고객 응대도 쉬워졌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상인대학을 이수한 몇몇 상인들은 ‘신바람 연구소’라는 공부모임을 만들어 점포경영 노하우들을 공유하기도 한다. 상인대학 수료 후 유럽, 일본 등지로 해외연수를 다녀온 상인들이 그 나라의 시장에서 보고 익힌 것을 벤치마킹하는 사례도 생겨났다.
이 회장은 “점포 각각의 변화와 전통시장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는 공동의 노력이 곧 결실을 맺을 것”이라면서 “전통시장의 반격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말했다.
인천=홍해인 기자 hihong@kmib.co.kr
[Cover Story-불황, 네가 뭔데] 변신·희망… 전통시장의 반격 드라마
입력 2012-07-06 2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