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삼성전자 최대실적에 만족하지 말아야
입력 2012-07-06 18:37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이 6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우리나라 기업의 분기 기준 영업이익이 6조원을 넘긴 것은 처음이다. 삼성전자가 한국의 기업사를 또다시 새롭게 쓴 것이다. 삼성전자의 올 상반기 매출액은 92조2700억원, 영업이익은 12조5500억원으로 연말이면 매출액 200조원, 영업이익 20조원이라는 ‘200-20 클럽’ 가입이 무난해 보인다. 대단한 성과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한국경제 전체를 놓고 볼 때 삼성전자의 성적표에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100조원이 넘는 수출을 기록했다.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의 16.5%다. 반면 삼성그룹과 자동차 수출이 호조인 현대차그룹을 제외한 10대 그룹은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일제히 감소했다. 유럽 재정위기 장기화에 따른 글로벌 경기침체가 수출에 나쁜 영향을 주면서 수출의존도가 높은 기업의 실적이 모두 하락한 것이다. 하반기에는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돼 기업마다 비상이 걸렸다.
사상 최대 실적을 낸 삼성전자도 비상상황에서 예외는 아니다. 삼성전자의 유럽 매출액은 전체의 24%에 달한다. 2분기 영업이익 가운데 스마트폰을 주력으로 하는 정보기술·모바일 커뮤니케이션 부문 영업이익이 4조2000억원을 넘는 것도 우려를 낳고 있다. 휴대전화 산업은 변화 속도가 빨라 순식간에 상황이 반전될 수 있다. 최강자였던 노키아는 스마트폰이라는 시장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위기를 맞았다. 삼성전자가 갤럭시 돌풍에 따른 착시효과를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건희 회장은 지난 5월 유럽을 방문한 뒤 삼성의 ‘위기경영’을 주문했다. 이어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을 그룹 미래전략실장으로 임명하는 등 강도 높은 비상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지금은 단기실적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 한국경제의 미래를 이끌 기술을 찾아내고 경영을 혁신하는 노력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