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평화헌법 준수가 과거사 반성의 첫걸음

입력 2012-07-06 18:41

일본 집권 민주당을 비롯한 정치권의 최근 행보가 미심쩍다. 전후 일본이 지켜왔던 ‘일본국헌법 9조’, 즉 ‘전쟁·무력행사 영구 포기 및 군대·교전권 불인정’의 내용에 반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입법을 꾀하거나 그와 유사한 주장을 펴고 있기 때문이다.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 직속 국가전략회의 산하의 프론티어 분과위원회는 2050년까지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용인해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펴냈다고 5일 일본 언론이 보도했다. 보고서는 ‘능동적인 평화주의’가 그 배경이라고 설명하고 있으나 헌법 9조와 명백하게 어긋나는 주장이다.

집단적 자위권이란 동맹국이 제3국으로부터 무력공격을 받았을 때 자국에 대한 공격으로 보고 군사력을 행사한다는 뜻인데 일본은 지금까지 헌법 9조에 위배된다는 입장이었다. 일본 정부가 민간 자문기구의 입을 빌려 ‘집단적 자위권’을 주장하면서 헌법 9조의 무력화를 꾀하고 있는 것이다.

또 지난달 일본 중의원은 ‘원자력기본법’ 개정안에 ‘안전보장’이라는 문구를 슬그머니 포함시켜 주변국들로부터 일본이 핵무기 개발을 추진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샀다. 핵무기 역시 헌법 9조의 연장선에서 일본이 고수해온 ‘비핵 3원칙(제조·보유·반입 금지)’에 반한다. 부랴부랴 일본 정부는 비핵 3원칙은 고수한다고 밝혔지만 의심은 완전히 가시지 않았다.

현재 지방정당인 ‘오사카유신회’와 야당인 자민당 등은 노골적으로 ‘헌법 9조’ 개정을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여당인 민주당까지 이 흐름에 동조하는 모양새를 보이는 것은 심히 유감이다. 헌법 9조는 전후 일본이 헌법 조항을 통해 표명해 온 과거침략사에 대한 구체적인 반성이기 때문이다.

‘헌법 9조 무력화’는 일본이 지난 60여년 동안 지켜 온 주변국에 대한 신의를 저버리는 행위다. 일본의 과거사 반성은 여전히 불충분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지만 헌법 9조가 있었기에 그나마 진정성을 유지했다. 일본국헌법을 평화헌법이라고 부르는 이유, 평화헌법 준수가 과거사 반성의 첫걸음임을 일본 정부는 거듭 유념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