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속 뜨거운 포옹, 그렇게 2002 추억이 아로새겨지다… 흐뭇했던 K리그 올스타전

입력 2012-07-05 21:58

4강의 영웅들이 뭉쳤다. 상암벌이 들썩였다. 휘슬이 울리자 추억이 펼쳐졌다. 팬들은 열광했다. “대∼한민국!”을 맘껏 소리쳤다. 10년 전 4강의 감동을 떠올리며. 폭우가 쏟아졌음에도 상암벌에는 3만7155명의 구름관중이 몰려 4강 추억을 다시 음미했다. 5일 저녁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 올스타전 2012’는 한 편의 버라이어티 쇼였다.

◇히딩크와 애제자=2002년 거스 히딩크(66)는 단순한 축구 감독이 아니었다. 신드롬 그 자체였다. 그에게선 에너지가 넘쳤다. 그는 환갑이 한참 지났지만 여전히 뜨거운 에너지를 쏟아내고 있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에 다시 선 히딩크 감독은 어느새 10년 전으로 돌아가 긴장된 표정으로 경기에 몰입했다.

맥 빠진 경기가 아니었다. 월드컵 4강 전사들은 몸을 사리지 않고 뛰었다. 가장 도드라진 선수는 역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박지성(31)이었다. 선발 출장한 박지성은 날카로운 크로스와 과감한 돌파로 팬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2002년 4강 신화의 주역들로 구성된 ‘팀2002’가 1-3으로 뒤져 있던 전반 30분. 박지성은 최용수가 골문 앞으로 공을 찔러 주자 발로 밀어 넣었다. 관중의 하이톤 함성이 절정에 달했다. 박지성은 한·일 월드컵 포르투갈 전에서 결승골을 넣었을 때처럼 환하게 웃으며 ‘쉿!’ 세리머니와 ‘허그’ 세리머니를 동시에 선보였다. 그런 다음 흥분해 상의를 벗어 마구 돌리고 있던 히딩크 감독에게 달려가 안겼다. 두 사람은 그렇게 10년 전으로 돌아간 듯했다.

◇“질 수 없다”=“(2002년 멤버들이) 10분이나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 무릎이 아프신 분들은 조심해야 할 것 같다.” ‘팀2012’ 소속의 이동국은 전날 도발적인 멘트를 날렸다. 월드컵 4강 전사들은 자존심이 상한 듯했다. 경기가 시작되자 예상을 깨고 적극적으로 나왔다. 이에 질세라 ‘팀2012’ 선수들도 봐주지 않았다. 공격 선봉에 선 이동국은 전반 17분과 19분 잇따라 득점포를 가동했다. 2002년 자기를 불러 주지 않은 히딩크 감독 앞에서 시위라도 하는 듯했다. 이날 해트트릭을 기록을 기록한 이동국은 ‘최우수선수’에 뽑혔다.

최용수 FC서울 감독은 ‘팀2002’가 0-3으로 끌려가던 전반 25분 만회골을 넣은 후 자기가 더 놀랍다는 표정으로 웃통을 벗고 포효했다. 하프타임 땐 승부차기 이벤트가 열렸다. 한·일 월드컵 8강 스페인전 감동을 재연한 것.

‘팀2002’가 2-3으로 뒤진 채 시작된 후반. 경기 열기는 조금도 식지 않았다. 오히려 거친 태클까지 나와 송종국이 그라운드에 드러눕기까지 했다. 그러나 경기가 끝나자 양 팀 선수들은 서로 손을 잡았다. 경기는 ‘팀2012’의 6대 3 승리로 끝났다. 애초부터 승부는 중요한 게 아니었다. 하나 됨. 이것이야 말로 이 경기의 진짜 목적이었다.

김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