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일대 생명·화합의 둘레길 만든다… 강원 철원군 생창리에 ‘생태 평화공원’ 조성

입력 2012-07-05 21:54


맑은 물을 자랑하는 김화남대천이 흐르는 가운데로 왕버들 군락이 무성하다. 끊어져 못 쓰게 된 철제현수교 난간에 가마우지 십수마리가 앉아 있다. 쉬리, 돌상어, 가는돌고기 등 희귀어종들이 떼 지어 사는 곳임이 실감난다. 그러나 이곳의 용양보에서 불과 수백m 떨어진 곳이 남방한계선이라는 사실은 이따금 지나가는 군용차량이 상기시켜 줄 뿐이다.

DMZ(비무장지대)와 맞닿은 강원 철원군 김화읍 생창리 일대가 생태계 보고이자 분단의 역사를 생생히 체험할 수 있는 교육의 장으로 거듭난다. 환경부는 육군 제3사단과 철원군 등과 함께 생창리 일원에 ‘생태 평화공원 조성 시범 사업’에 착수했다고 5일 밝혔다.

환경부는 내년까지 이곳에 10㎞ 내외의 탐방로 2곳을 만들 계획이다. 탐방로는 비교적 높은 지대의 일부 철책선길을 따라 걷는 십자탑 코스(13㎞)와 왕버들 군락 습지 주변의 용양보 코스(9㎞) 등 2개다. 우선 올해 중으로 21억원을 투입, 십자탑 코스를 오는 하반기부터 시범적으로 개방할 예정이다.

생창리는 민간인출입통제 구역 안에 있지만 한국전쟁 이전만 하더라도 금강산행 철도역(유곡역)이 있던 번화가였다. 하지만 한국전쟁은 마을의 모습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마을은 지뢰밭으로 변했고, 휴전 이후에는 고엽제가 뿌려지기도 했다. 1970년 재건촌 입주계획에 따라 400여명이 마을로 들어왔지만 지금은 261명만이 거주하고 있다. 지금도 생창리 곳곳에는 철망에 역삼각형 모양으로 지뢰를 알리는 푯말이 붙어 있다. 지뢰가 매설됐지만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없는 미확인 지뢰지대라는 표시다.

내년 말까지 완공될 용양보 코스 주변에는 왕버들 군락 이외에도 왕느릅나무, 흑삼릉, 기린초, 쥐방울덩굴, 좀씀바귀, 노랑물봉선 등이 있다. 천연기념물인 어름치와 희귀어종인 쉬리, 돌상어, 배가사리, 종개를 비롯한 다양한 어종이 서식한다. 미확인 지뢰지대 위로는 안전하게 지날 수 있는 구름다리가 설치된다. 정호조 철원군수는 “용양보는 한국전쟁의 비극을 안고 있지만 동시에 자연환경이 잘 보존돼 하늘이 내린 습지가 됐다”고 설명했다.

철원=임항 환경전문기자 hngl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