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난 유럽 젊은층 “다시 마르크스…”… 실업·빈부격차 자본주의 모순에 재조명 바람
입력 2012-07-05 19:47
‘하나의 유령이 유럽을 떠돌고 있다. 공산주의라는 유령이.’
독일의 사상가 카를 마르크스와 프리드리히 엥겔스가 쓴 ‘공산당 선언’(1848)의 유명한 첫 구절이 그대로 재현되고 있는 것일까. 미국발 금융위기에다 유럽발 재정위기가 겹치면서 유럽의 젊은층 사이에 마르크스주의가 유행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러한 현상은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청년들이 일자리를 잃고 삶의 목표를 상실하는 ‘잃어버린 세대’의 등장과 맞물려 있다.
◇마르크스주의, 실패한 자본주의의 대안으로 떠올라=트로츠키주의 계열의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SWP) 주최로 5∼9일 런던에서 열리는 ‘마르크시즘 2012’ 행사에는 수천 명이 몰릴 예정이다. 행사를 기획한 조지프 추나라는 “마르크스주의는 자본주의, 특히 지금 우리가 겪는 경제위기를 분석하는 틀을 제공하기 때문에 청년들의 관심이 높다”고 설명했다.
청년들이 마르크스주의에 열광하는 것은 경제위기가 해결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 데다 금융자본주의가 상위 1%의 이익에만 충실하다는 비판적 시각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중동의 ‘재스민 혁명’과 미국에서 시작된 ‘반월가 시위’의 영향으로 현 지배체제를 바꿔야 한다는 인식이 한층 높아졌다. 마르크스의 저작인 ‘자본’, ‘공산당 선언’도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고 있다.
◇‘잃어버린 세대’의 세계화=마르크스주의의 부상은 자신의 앞날을 예측할 수 없는 청년들의 불안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을 막론하고 청년실업률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고 지난 2일 보도했다.
유럽연합(EU) 통계청인 유로스타트가 최근 발표한 자료를 보면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5월 실업률은 11.1%로 유로화 출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스페인과 그리스는 2명 중 1명이 실업자였다.
유럽뿐만이 아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해 실업 상태로 직업훈련이나 교육조차 포기한 청년 니트(NEET)족 비율을 조사한 결과 터키(30.2%)와 이스라엘(29.9%)은 30%를 오르내렸다. 회원국 평균 비율은 18.6%였다. 경제위기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이 비율도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청년실업이 단기적인 사회문제로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고용불안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이들이 가정을 꾸리면 청년실업이 ‘가족의 위기’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FT는 지적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