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영국인 20만명 겨냥 세금폭탄… 외국인 소유 주택세금 대폭 올려
입력 2012-07-05 19:46
‘외국 부자들이여, 프랑스에선 세금을 더 내시오.’
좌파인 사회당의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외국인 소유 주택에 대한 세금을 인상키로 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이에 따라 프랑스에 별장 개념인 ‘세컨드 하우스’를 소유한 약 20만명의 영국인이 세금 폭탄을 맞게 됐다고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달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프랑스 부자들이여, 레드카펫을 밟고 영국으로 오시오”라며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자극했지만 프랑스는 오히려 영국인을 겨냥하고 나선 것이다.
프랑스 정부는 이날 외국인 소유 주택에 대한 임대 수익세율을 현행 20%에서 35.5%로, 부동산 보유세는 19%에서 34.5%로 대폭 인상했다. 임대 수익세는 지난 1월 1일 기준으로 소급 적용되며, 부동산 보유세는 이달 말부터 부과된다. 부동산 보유자가 자산을 팔고 도망갈 시간적 여유조차 없도록 원천봉쇄 조치를 취해놓은 것이다.
이 같은 조치는 긴축 예산안의 일환이다. 프랑스 정부는 이날 재정적자 규모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4.5%에 맞추기 위해 세수 72억 유로를 증대한다는 추경예산안을 발표했다. 정부 지출 동결을 통해 15억 유로를 절감하는 등 고도로 허리띠를 졸라매는 정책이라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외국인 대상 부동산업계는 얼어붙었다. 영국인이 주 고객인 그램 페리씨는 “세금에 대한 중압감으로 영국인들은 프랑스 주택 시장에 이미 실망해 왔다”며 “외국인 주택 시장을 죽이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영국 언론은 프랑스의 결정에 의문을 제기했다. 텔레그래프는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프랑스의 조치가 유럽 단일 시장법(European single market laws)과 차별 금지 원칙(anti-discrimination rules)에 위배되는지 당연히 따져 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프랑스, 영국 언론들은 올랑드 대통령의 후보 시절부터 프랑스 부자들의 영국 이민 열풍을 보도했다. 프랑스 언론 르피가로는 연 1200가구가 넘는 부유층이 높은 세금으로 프랑스를 떠나며, 주로 기업인이었던 이민 행렬이 일반인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지난 2월 보도했다.
최근 유럽의 맞수 프랑스와 영국은 부유세를 놓고 정반대의 길을 선택했다. 영국은 연 소득 15만 파운드(한화 2억6500여만원) 고소득층을 대상으로 50%에서 45%로 세금을 깎아주기로 한 반면 프랑스는 연 100만 유로(14억2000만원) 이상 소득자에게 75%까지 최고 세율을 올릴 방침이다.
이 가운데 캐머런 총리는 지난달 18일 멕시코에서 열린 G20에 참석해 “영국에 세금을 내고 싶어 하는 프랑스의 기업과 부자들에게 레드카펫을 깔고 맞이하겠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올랑드 대통령의 이번 조치는 캐머런의 레드카펫 발언에 대한 보복적 조치가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박유리 기자 nopim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