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곡 심의자료 15만여건 첫 공개
입력 2012-07-05 19:41
국립중앙도서관은 1976년 5월부터 1998년 6월까지 문화공보부 산하 한국공연윤리위원회(공륜)가 대중가요의 가사 및 악보를 심의한 자료 15만8082점을 지하 5층 서고에 보관하고 있다고 5일 밝혔다. 한국 금지곡의 역사를 파악할 수 있는 공륜의 심의 자료는 노래 제목의 ‘가나다’ 순으로 정리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998년 공륜 폐지 이후 가사 및 악보 심의 자료가 여러 경로를 거쳐 국립중앙도서관으로 이관됐으나 그동안 공개된 적은 없었다. 이 자료에 따르면 공륜은 이전의 한국문화예술윤리위원회(예륜)의 심의 자료를 이관받은 뒤 주요 대중가요에 대한 소급 재심 작업을 벌였다.
김민기가 작사·작곡한 노래 ‘아침이슬’의 경우 1972년 6월 2일 예륜 1차 심의에서 ‘설움이 알알이 맺힐 때’ ‘저 거친 광야에’ ‘서러움 모두 버리고’ 등의 가사에 밑줄이 그어졌고, 심의란에는 ‘개작’이라고 수정을 지시하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이후 1979년 4월 공륜에서 재심의해 ‘개작’ 판정 위에 굵은 사인펜으로 ‘가(可·통과)’라고 고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정태춘 작사·작곡의 ‘시인의 마을’은 1978년 두 차례 심의를 거쳤다. 가사 수정 지시 후 ‘더운 열기의 세찬 바람’이 ‘맑은 한 줄기 산들바람’으로, ‘숨가쁜 벗들의 말발굽 소리’가 ‘숨가쁜 자연의 생명의 소리’로 각각 수정됐다. 당시 음반회사 측이 “심의에 지적받은 사항들을 위와 같이 개사하였으니 선처해 주시기 바란다”는 의견을 첨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륜에 제출된 서태지와 아이들의 제4집 ‘컴백홈’에 수록된 ‘시대유감’의 경우 작곡 정현철(서태지 본명)에 막도장이 찍혀 있고, 작사자란에 경음악이라고 돼 있다. 당초 이 노래는 ‘정직한 사람들의 시대는 갔어’ ‘모두를 뒤집어 새로운 세상이 오길 바라네’ 등의 가사가 문제가 돼 공륜으로부터 개작 지시를 받았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