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銀 수천억 적자에 ‘악소리’ 날 때 ‘億 소리’ 난 임원 연봉… 임석 4억 챙겨

입력 2012-07-05 21:54


저축은행들이 수백억∼수천억원에 이르는 적자를 내며 휘청거릴 때도 경영진은 억대 연봉을 나눠가진 것으로 드러났다. 저축은행 비리 의혹으로 구속 기소된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은 1년 연봉으로 4억1000만원을 챙겼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결산한 2010회계연도 기준으로 저축은행 등기이사의 1인당 연봉은 솔로몬저축은행이 4억1000만원으로 최고 수준이었다. 당시 등기이사는 임 회장뿐이었다. 솔로몬저축은행의 적자 규모는 2010년 1093억원에서 지난해 1266억원으로 173억원(15.9%) 불어났다.

막대한 적자를 내고 억대 연봉을 챙기기는 다른 저축은행 이사들도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4744억원의 적자를 낸 제일저축은행은 등기이사 3명에게 각각 평균 3억400만원씩 지급했다. 토마토저축은행은 5519억원의 적자를 내고도 등기이사(2명)에게 2억3500만원씩 줬다. 수백억원 적자를 낸 진흥·현대스위스2·경기저축은행 등기이사들도 1억700만∼1억6000만원의 연봉을 챙긴 것으로 확인됐다. 따로 지급되는 성과급을 포함하면 이들이 받아간 돈은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은행·증권·보험 등 금융회사 임원들도 ‘연봉 파티’를 벌였다.

금융업계 전체로는 지난해 등기이사 1인당 연봉 상위권을 보험사와 증권사가 휩쓸었다. 1위는 박근희 사장 등 3명이 각각 평균 48억4500만원을 받은 삼성생명이 차지했다. 이어 삼성화재(39억4800만원), 메리츠화재(32억9100만원)가 각각 2명의 등기이사에게 1인당 30억원 넘는 연봉을 줬다. 미래에셋증권(21억1100만원), 삼성카드(14억3400만원), 현대해상(13억6300만원), 현대카드(12억7200만원), 삼성증권(12억2100만원), LIG손해보험(11억9600만원)은 평균 연봉 10억원을 넘겼다. 등기이사 연봉 상위 10곳 중 4곳이 삼성 계열 회사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등기이사 1인당 평균 연봉은 109억원으로 국내 기업 중 1위였다.

시중은행의 경우 외국계 은행이 국내 은행보다 등기이사 연봉을 더 많이 줬다. 하영구 은행장 등 등기이사 2명에게 평균 8억1300만원을 준 씨티은행이 은행 중 1위였다. 2, 3위도 외국계인 외환은행(7억4400만원)과 SC은행(5억5800만원)이 차지했다.

국내 은행으론 국민은행(3억8700만원) 등기이사의 연봉이 가장 짭짤했다. 신한·기업·하나은행 등기이사의 연봉도 3억원대였다. 하나은행의 경우 성과급을 포함한 평균 연봉은 7억7100만원이다. 성과급이 129.5%(4억3500만원)인 것이다.

금융지주사의 사외이사들도 1년에 최대 8000만원에 달하는 돈을 받았다. 국내 4대 금융지주사가 지난해 사외이사에게 준 돈은 KB 7800만원, 신한 6000만원, 하나 5300만원, 우리 3700만원이었다. 사외이사는 1년에 10여 차례 이사회에 참석하지만 반대 의견을 밝히는 경우가 거의 없어 거수기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