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해저축銀 돈 카지노 세탁 거쳐 박지원에 전달 의혹
입력 2012-07-06 01:24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에 이어 이명박 정부 개국공신인 정두언 의원이 5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돼 14시간여 동안 조사를 받고 밤 11시45분쯤 귀가했다. 정 의원은 각종 의혹에 대해 검찰에 다 소명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정 의원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HMC투자증권을 압수수색했다. 보해저축은행 전 대표 오문철(60)씨 횡령 사건과 관련 있다는 게 검찰 설명이지만, 민주통합당 박지원 원내대표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많다.
◇정두언 혐의 부인, 임석과 대질=검찰은 정 의원에게 2007년 대선 전후 임석(50·구속기소)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1억여원을 받았는지, 돈의 성격은 무엇인지 등을 추궁했다. 임 회장과 이 전 의원을 연결시켜 준 경위와 두 사람 간 수억원이 오가는 과정에 개입했는지 여부도 조사했다.
정 의원은 금품수수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오후 9시쯤부터 정 의원과 임 회장의 대질심문도 진행했다. 검찰 관계자는 “(정 의원이) 우리가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답변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눈시울을 붉히며 “제가 정권을 찾는 데 앞장섰는데 그분들은 다 누렸고, 나는 이 정부 내내 불행했다. 마지막 액땜이라고 생각한다”고 심경을 밝혔다. 정권교체에 헌신했지만 논공행상에서는 철저히 배제됐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대선자금으로 돈을 받은 게 맞느냐는 질문에는 “여러분들한테 계속 이야기할 수 없지만, 나름대로 다 설명했다”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한편 김찬경(56·구속기소) 미래저축은행 회장을 이 전 의원에게 소개한 인물은 김덕룡 전 한나라당 의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전 의원은 이 전 의원과 김 회장이 식사하는 자리에도 동석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 캠프의 핵심 원로그룹인 ‘6인회’ 멤버이자, 경선대책위원회 공동선대위원장을 지냈다.
◇HMC 압수, 왜?=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검사 심재돈)는 오전 10시쯤 서울 여의도 HMC투자증권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오씨의 100억원대 횡령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4월까지 이 증권사의 IB(투자은행) 부서 팀장으로 일했던 조모씨가 연루된 정황이 나왔다는 게 검찰 설명이다. 조씨는 보해저축은행 측 투자 업무를 담당했다고 한다. 검찰은 조씨가 보해저축은행 측과 주고받은 이메일 계정, 회계자료와 하드디스크 등을 압수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 대상이 HMC투자증권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번 압수수색은 오씨가 빼돌린 돈의 일부가 대구의 카지노를 거쳐 박 원내대표에게 건네졌다는 의혹이 나오는 가운데 실시됐다는 점에서 해석이 분분하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이 카지노를 압수수색해 회계장부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과거 김대중 정부 시절 정·관계 로비스트로 활동했던 이용호(54)씨가 오씨의 범행에 관여한 정황도 잡고 최근 소환조사했다. 때문에 압수수색 목적이 박 원내대표 혐의 입증을 위한 추가 자료 확보 차원이거나, 오씨를 압박해 박 원내대표에 대한 진술을 받아내기 위한 것이란 시각도 있다. 그러나 검찰은 “박 원내대표와는 관련 없는 수사”라고 선을 그었다.
지호일 전웅빈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