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두언 “이 정부 내내 불행했다”…“대선자금 모금 차원서 돈 받았느냐” 질문에 고개 끄덕
입력 2012-07-06 01:23
검찰의 저축은행 비리사건 수사가 2007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이명박 후보 캠프의 대선자금 모금 의혹으로 번지면서 정치권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만약 검찰 수사가 지난 대선자금 전반으로 뻗칠 경우 이 문제가 12월 대선을 앞두고 정국의 뇌관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당시 캠프 핵심이었던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은 5일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불법자금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소환되면서 “대선자금 모금 차원에서 돈을 받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 대통령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과 임 회장을 연결시켜줬다는 정 의원이 불법자금 모금을 ‘시인’한 제스처로 해석되고 있다. 정 의원은 검찰 조사를 마친 뒤 “정권 교체에 앞장섰으나 이 정부 내내 불행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권 탄생의 1등 공신이었음에도 그동안 철저하게 소외돼온 정 의원이 권력 핵심부를 향해 모종의 경고 메시지를 던진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앞서 이 대통령의 ‘정치적 멘토’였던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도 지난 5월초 파이시티 비리사건이 터지자 “돈을 받아 (캠프에서) 2007년 대선 여론조사용으로 사용했다”고 말해 파문을 일으켰다.
지난 대선이 끝난 후 이 대통령은 모두 394억2998만원을 썼다고 중앙선관위에 신고했지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실제 들어간 비용이 훨씬 많을 것이라는 말이 끊이지 않았었다. 하지만 현 정권 인사들은 “역대 어느 대선 때보다 돈을 적게 썼다”고 강조했다. 최 전 위원장은 2009년 5월 미국 워싱턴DC에서 특파원들에게 “이 대통령은 선거운동 때도 기업으로부터 단돈 1만원도 받은 적이 없다. 전(前) 정권에선 당선 사례금 같은 것도 있었지만 이번엔 하나도 없었다”고 말한 바 있다. 이 대통령도 집권 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역대 어느 정권보다도 도덕적으로 부끄러움이 없다”고 밝혔다. 지난 1월 라디오 연설에서는 잇따라 측근비리가 터지는 가운데서도 “지금까지의 도덕적 완벽함이 무너져서는 안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야당은 연일 대선자금을 수사하라고 검찰을 압박하고 있다. 박용진 민주당 대변인은 “저축은행과 파이시티 비리의 본질은 MB 대선자금”이라며 “검찰 수사가 비밀의 문을 여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단 검찰은 이번 수사가 대선자금 수사는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야당의 새로운 폭로가 있거나, 수사의 불똥이 엉뚱한 곳으로 튈 경우 5년 전 대선자금이 정치권에 평지풍파를 일으킬 가능성이 적지 않다. 야당도 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관측도 많다.
신창호 지호일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