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잡히는 책] 건축가와 의뢰인의 속내 담은 편지… ‘제가 살고 싶은 집은’

입력 2012-07-05 18:26


제가 살고 싶은 집은/이일훈·송승훈(서해문집·1만8000원)

영화 ‘건축학 개론’과 드라마 ‘신사의 품격’ 때문일까. 최근 건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 책은 건축가 이일훈과 그에게 집을 지어달라고 의뢰한 고등학교 국어교사 송승훈이 주고받은 편지를 모은 것이다.

“보통 건축가의 작품 사진은 하늘에서 내려온 듯 매끈하고 윤기가 흐르는데 이일훈의 작업은 녹물이 흐르고 때가 타 있고 거칠었다. 그가 지은 집은 생을 함께 보내고 싶은 사람과 같다고 생각했다.” 건축주가 이일훈에게 집을 의뢰한 이유다. 어떤 집을 원하느냐는 질문에 돌아온 답은 이렇다. “구름배 같은 집, 땅의 바람길을 아는 집.”

두 사람은 A4용지로 208쪽에 이르는 이메일을 주고받았다. 그러는 동안 서로 속마음까지 털어놓게 됐다. 아들과 어머니에 대한 애달픔, 제 맘대로 돌아다니던 시절과 20대를 함께 보낸 사람 얘기까지. 그 집에 살 사람에 대해 알고 나니 건축이 한결 쉬워졌다. 집은 구상한 지 2년4개월 만에 완성됐다. ‘낡은 책이 있는 거친 돌집’이 탄생했다. 문학적인 편지 내용뿐 아니라 집이 지어지는 과정을 사진과 함께 상세히 보여주는 시공일지도 눈길을 끈다.

한승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