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잡히는 책] 시화로 보는 청아한 삶과 드높은 이상… ‘도연명을 그리다’
입력 2012-07-05 18:26
도연명을 그리다/위안싱페이(태학사·2만2000원)
‘귀거래사(歸去來辭)’로 유명한 도연명(365∼427)은 중국 남북조 시대에 “쌀 다섯 말을 받아먹자고 향리의 소인배에게 허리를 굽힐 수는 없다”며 벼슬을 놓고 귀향했다. 직접 국화 농사를 지으며 가난을 벗 삼아 은거하던 그는 자신의 삶을 주제로 ‘전원시(田園詩)’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 이후 동양의 예술가들과 지식인들은 그의 삶과 문장을 따르는 이가 많았다.
중국 고전문학계 석학인 저자는 중국 한국 일본의 도연명 관련 시화(詩畵)를 모아 주석을 달았다. 책 제목 중 ‘그리다’는 도연명에 대한 그림을 그리다는 의미 외에도 그를 그리워하는 마음도 포함됐다. 도연명이 후대 화가들과 문인들의 마음속에 어떤 이미지로 자리 잡았는지, 그의 삶과 이상이 동양 예술계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그림과 함께 설명하고 있다.
“뜰 안의 세 갈래 길 잡초 무성하지만 소나무와 국화는 여전히 꿋꿋하구나”라고 읊은 도연명의 시를 바탕으로 송나라 화가 이공린이 그린 ‘연명귀은도(淵明歸隱圖)’. 자연과 벗하며 사는 유유자적한 모습이 잘 드러난다. 도연명의 ‘도화원기(桃花源記)’를 소재로 그린 조선시대 화가 안견의 ‘몽유도원도(夢遊桃源圖)’도 소개한다. 이를 통해 문학과 회화의 경계를 넘나든다.
이광형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