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집단적 자위권’ 요구] 거침없는 우경화 행진… 군사대국 발톱 드러내

입력 2012-07-05 19:10


일본이 ‘안정 보장’을 앞세워 내달리고 있다. 핵무기 개발의 길을 터놓은 데 이어, 이번에는 총리 직속 위원회가 집단적 자위권 확보를 촉구하고 나섰다.

집단적 자위권은 안보 강국으로 다시 발돋움하려는 일본의 소망과 함께, 커져가는 중국의 군사력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강력한 의지가 어우러져 나온 정책이다.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확보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향후 동북아, 나아가 아시아 지역의 안보 현안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것은 다른 나라의 침략에 맞서 자국을 지키는 권리인 ‘자위권’ 개념을 더 확장한 것이다. 동맹국에 대한 제3국의 침략을 자국에 대한 침략으로 해석해 무력을 행사할 수 있다. 한반도 분쟁 시 일본 자위대가 개입하는 근거가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제2차 세계대전 패배 뒤 만들어진 일본 헌법에는 ‘전쟁 포기, 군대 보유 금지, 교전권 부인’(9조)이 명시돼 있지만, 한국전을 계기로 ‘필요한 최소한의 무력’이라는 명분으로 자위대가 창설됐다. 어디까지나 수동적 방위 개념이었다. 일본 정부는 1981년 5월 이후 집단적 자위권에 대해 ‘갖고는 있지만 행사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하지만 1990년 후반 들면서 일본 내에서는 보수강경파를 중심으로 집단적 자위권 확보 주장이 제기됐다. 자민당 정권은 2007년 5월 ‘안전보장의 법적 기반 재구축에 관한 간담회’를 만들었고, 2008년에는 ‘공해상에서 자위대 함정과 공동 훈련을 하는 미국 함선이 공격받는 경우’ 등 4가지 사례를 거론하며 제한적인 집단적 자위권 행사의 허용을 주장했다. 주장에 머무르던 것이 이번에는 정부 해석 변경으로까지 높아진 것이다.

그 배경에는 아시아·태평양을 중시하는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의 신(新)국방정책이 자리하고 있다. 올해 초 발표된 신국방정책의 핵심은 사실상 한·미·일의 중국 봉쇄 전략이다. 미국은 핵항모 취역, 대륙간탄도탄(ICBM) 실전 배치 등 태평양으로 진출하려는 중국을 그대로 놔둘 수 없다. 그런데 경제 위기를 겪는데다 중동 문제까지 겹쳐 중국에 전력을 기울일 수가 없다. 당연히 중국 군사력을 견제하는 데 일본의 도움이 필요하다.

2010년 5월 미 의회조사국은 ‘일본 헌법은 집단적 자위 참가를 금지한다는 해석 때문에 미·일 간 더 긴밀한 안보 협력에 장애가 되고 있다’는 보고서까지 내놓았다. 정치권을 통한 분위기 조성용이자, 일본의 안보 역할론을 노골적으로 요구한 것이다. 중국 해군의 서태평양 진출,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도 일본의 안보역할을 더 강화시켜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최근 한국과 일본에서 벌어지고 있는 각종 안보 강화 조치들은 크게 보면 오바마 행정부의 신국방정책의 핵심과 흐름을 같이하고 있다. 집단적 자위권 확보 추진은 이 같은 동북아 상황과 함께 미국의 신국방정책, ‘전쟁을 할 수 있는 보통 국가’를 주장하는 일본 내 보수강경파들의 목소리 등과 맞물려 힘을 얻어갈 것으로 보인다.

김명호 기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