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효 靑기획관 낙마 배경… MB외교 책사, 결국 읍참마속
입력 2012-07-05 19:10
이명박 대통령의 총애를 한 몸에 받던 김태효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이 결국 옷을 벗게 됐다. 지난 4년 반 동안 MB정부의 외교안보정책 전반을 주물렀던 그였지만, 한·일 정보보호협정 체결 보류 논란을 일으킨 책임은 비켜갈 수 없었다.
김 기획관이 이 대통령과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성균관대 교수 시절이던 2007년 하반기 이명박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선후보 캠프에 참여하면서였다. 당시 그는 현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가 된 ‘비핵·개방·3000’ 공약을 작성하는 데 깊숙이 개입했다.
집권 초부터 청와대 내 실세 비서관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한·미동맹 강화, 국방개혁 등을 주도했고 외교통상부 등의 인사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9년 당시 임태희 대통령실장과 함께 남북정상회담 비밀접촉에 참여한 것도 그가 차지했던 위상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미국 시카고대 정치학 박사 출신으로 중국 견제와 한·일 군사협력, 한국군의 탄도미사일 사거리 연장 등도 김 기획관의 작품이라는 평가가 많다. 지난 1월 1급인 외교안보비서관에서 준차관급인 대외전략기획관으로 승진하며 대통령 신임을 과시하기도 했다. 청와대 수석급인 대외전략기획관 자리는 이전에 없던 직책이다.
이번 정보보호협정 추진 과정에서도 김 기획관은 ‘6월 이내’에 체결을 하자며 줄곧 관련 부처를 독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대통령 부재 기간 중 일본과의 군사관련 협정을 ‘기밀’ 다루듯 밀실처리하려 했던 사실이 고스란히 드러나자 더 이상 직을 유지할 수 없었다. 김 기획관은 4일 청와대 민정수석실 조사를 받으며 “국무회의 긴급안건 회부와 언론 비공개 방침 등을 내가 결정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야당이 총리 해임까지 요구하며 협정 문제를 정치쟁점화하자 김 기획관을 희생양으로 삼을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읍참마속(泣斬馬謖)인 셈이다.
그러나 ‘상하이 스캔들’과 ‘씨앤케이(CNK) 주가조작 사건’ 등 수많은 악재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장관직을 유지했던 김성환 외교부 장관은 이번에도 살아남을 것으로 보인다.
그의 장관직 유지는 김 기획관보다 책임이 적어서가 아니라 “지금 상황에서 장관 교체는 정치적 부담이 너무 크다”는 청와대의 판단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집권 말기에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 하는 장관 인선이 쉽지 않다는 등의 이유다. 그러나 야당의 반발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