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박선이] 친정엄마 맺어주기

입력 2012-07-05 18:49


얼마 전, 경기도에 살고 있는 큰언니가 심각한 목소리로 전화하셨다. “뉴스에서만 보던 일이 내 옆에서 벌어졌다”면서 이 모녀가 처한 상황을 얘기하는데, 놀란 나는 일단 안전한 곳으로 피신시킨 후 방법을 찾아보자고 했다. 무슨 첩보 작전처럼 은밀히 연락을 주고받다가 며칠 후 간신히 빠져나와 우리 집으로 데려왔다.

내용을 공개할 수는 없지만 핵심은 비윤리적이고 비인간적인 일을 지속적으로 당해왔는데 이젠 아이 양육권을 그 이상한 아빠에게 빼앗기고 엄마 혼자 쫓겨나게 되었다는 점이다. 언어 소통도 부족하고 주변에 도와줄 만한 친인척도 없으니 꼼짝없이 당할 상황이었다. 엄마와 아이의 관계도 매우 강해 이들을 떼어놓는다는 것은 엄청난 죄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그 아빠는 아이를 바르고 건강하게 키울 수 있는 조건이 되지 못했다. 이웃에 살던 큰언니가 그 모녀가 왠지 안쓰럽고 마음이 쓰여 전도도 할 겸 가까이 지내다 친정엄마 역할을 해주기로 했다. 어느 날 남편이 이혼 서류에 강압적으로 도장을 찍게 했는데, 아이를 두고 혼자 쫓겨나게 되는 거라고 누가 일러줘서 다급해진 아이 엄마가 그간에 있었던 일들을 털어놓으며 도움을 요청했던 것이다.

내용을 듣고 충격을 받은 나는 어떻게 돕는 것이 좋은 길인지 알아보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그러는 동안 이런 일들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고, 다문화가정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행히 한 열흘 만에 수녀님들이 운영하는 좋은 쉼터로 가게 되어 일단 안정된 생활을 하게 되었다. 이 모녀가 앞으로 우리 사회에서 더 이상 고통 받지 않고 잘살 수 있도록 도와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농촌의 인구감소가 우리 사회의 중요한 고민거리이다. 이 문제에 다문화가정이 기여하는 바가 점점 커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좀더 국가적, 사회적으로 관심을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제도적 보완도 필요하지만 먼 나라에서 홀로 와 모든 것이 낯설고 서툰 이들을 도와주고 품어주려는 사회적 분위기가 잘 형성되면 좋겠다.

그런 방법의 하나로 다문화가정 문제에 관심을 두고 있는 단체에서 ‘친정엄마 맺어주기’ 캠페인을 벌이면 어떨까. 50대 이상의 여성이 이주여성 한 명을 담당하여 한 달에 한 번씩 만나 따뜻한 대화로 격려하고 어려움을 상담해주면 큰 힘이 되지 않을까.

박선이(해와나무출판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