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맥관리용으로 전락한 최고경영자과정
입력 2012-07-05 18:49
거의 대부분의 대학에 개설돼 있는 최고경영자과정(AMP, Advanced Management Program)은 공·사기업의 최고경영자(CEO)나 임원, 군 장성, 고위 공직자 등 사회적으로 지도적인 위치에 있는 사람들을 위한 단기 재교육 프로그램이다. 1972년 처음 도입될 당시만 해도 교육부의 인가를 받아야 했으나 지금은 설치 및 운영과 관련한 모든 것을 해당 대학의 재량에 맡기고 있다.
고위직으로 갈수록 의문이 나는 문제에 대해 속 시원히 물어볼 상대도 적은 데다 매일 직면하고 있는 사안에 대해 자신 있게 올바른 결정을 내리자면 재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되는 것이 보통이다. AMP는 이러한 문제를 간단히 해소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긍정적이다. AMP에 참여하는 고위직 인사들은 오랜만에 학생신분을 만끽하면서 참가자들 간 허물없이 소통함으로써 새로운 교우관계를 쌓아가는 덤도 주어진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AMP가 순수함을 잃고 변질되기 시작했다. 인맥을 쌓기 위한 수단, 사회 각 분야에서 힘깨나 쓴다는 사람들과 교분을 트기 위한 방편으로 이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불법대출과 횡령 혐의로 구속된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은 인맥 형성의 주요 공략처로 AMP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정권 실세나 검찰 국세청 등의 고위직이 참석한 AMP에는 반드시 참여해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물론 모든 AMP 참가자가 임 회장과 같지는 않을 것이다. 대부분의 참가자는 재교육을 통해 미래를 향한 견식을 높이고 리더십을 배양함으로써 자신들이 속한 기업과 조직의 발전을 도모하겠다는 의지가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한두 사람이 물을 흐리면 애초의 선한 취지는 변질되기 십상이다.
AMP 타락의 배경에는 이 과정을 개설해 수입을 높이려는 대학과, 공부보다는 고위직들과의 인적 네트워크 구성이라는 잿밥에 더 관심이 많은 일부 참가자들의 욕구가 맞아 떨어졌다는 점을 빼놓을 수 없다. 현재 서울대를 비롯한 서울 시내 주요 대학들의 AMP 등록금은 어림잡아 한 학기에 1500만∼2000만원이다. 정원이 40∼60명이라면 대학의 한 학기 등록금 수입은 최저 6억원에서 최고 12억원에 이른다.
AMP 참가자들은 등록금 외에 자율적인 학생회비로 1000만원 안팎을 낸다. 여기에 매 학기 빠지지 않는 해외여행경비까지를 포함하면 비용은 더욱 늘어난다. 이쯤 되면 AMP는 재교육의 현장이 아니라 고급 사교클럽이나 다를 바 없다. AMP가 본래의 취지를 살리는 쪽으로 바뀌지 않는다면 더이상 교육의 장으로 인정받을 수 없을 것이다. 대학과 AMP 참가자들이 각성해야 할 때다. AMP 정화를 더 이상 늦춰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