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장지영] 올림픽의 경제학
입력 2012-07-05 18:49
오는 27일 개막되는 제30회 런던 올림픽이 마침내 역사적인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1908년과 1948년에도 올림픽을 개최한 바 있는 런던은 이제 근대 올림픽 역사상 최초로 세 번이나 대회를 치르는 도시가 됐다. 하지만 이 명예는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치러지는 이번 대회가 흑자로 끝나야 빛을 발할 수 있을 것 같다.
올림픽 유치에 성공했던 2005년 영국은 호황을 누렸지만 2007년부터 미국발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급속히 나빠져서 올해는 더블딥(경제가 불황에서 벗어나는 듯하다가 다시 하강하는 것)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대회 조직위는 ‘적자를 내지 않는 대회’를 목표로 불필요한 비용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예를 들어 쓰레기 매립지 위에 세워진 메인 스타디움의 경우 외부는 외벽을 만들지 않아 철골 구조물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내부의 관중석 8만석 가운데 5만5000석은 못쓰게 된 가스 파이프를 재활용해서 만든 것으로 올림픽이 끝나면 철거돼 다른 경기장에서 사용될 예정이다. 이외에도 농구·핸드볼 경기장 등은 텐트 형태의 가건물로 지어 경비를 아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초 50억 달러(약 5조6600억원)로 예상했던 올림픽 개최 비용은 4배 가까이 늘어난 173억 달러(약 20조원)로 추정되고 있다. 불안해진 유럽 내 치안을 고려하다보니 보안 예산이 대폭 늘었고, 화려한 개·폐막식을 위한 예산도 증가했다. 이것도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당시 중국이 쓴 670억 달러(약 77조원)에 비하면 극히 적지만 조직위원회는 늘어나는 올림픽 예산에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올림픽이 끝난 이후 어려운 영국 경제에 자칫 무거운 짐을 새로 얹지 않을까 해서다.
실제로 요즘 유럽을 흔들고 있는 그리스 경제위기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과도 일정 부분 관련이 있다. 당초 올림픽에 책정된 예산은 16억 달러(약 1조8100억원)였지만 실제로는 그 10배에 달하는 160억 달러(약 18조1000억원)를 썼고, 이것은 그리스의 위태롭던 재정상황에 결정타를 가했다. 그리스는 2005년부터 EU의 법정관리 체제에 들어갔고, 현재 뼈를 깎는 긴축을 조건으로 구제금융을 받아야 하는 처지가 됐다. 아테네 올림픽 이외에도 최근 20년간 열린 올림픽은 모두 적자로 끝났고, 이는 국가와 자치단체에 엄청난 타격을 입혔다.
최근 올림픽의 경우 IOC(국제올림픽위원회)가 중계권료, 입장료, 광고판매 등을 직접 협상하고 관리하기 때문에 개최국의 경제적 이익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수많은 국가와 도시가 올림픽을 개최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 것은 왜일까. 학자들은 국가의 성장주의 경제나 지자체의 지역개발이 한계상황에 부닥쳤을 때 가장 좋은 돌파구로 올림픽을 유치한다고 설명한다.
그런데, 현재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 치러지는 런던 올림픽 이후 올림픽 유치에 대한 시각이 바뀔지도 모르겠다. 구미 언론은 벌써부터 런던 올림픽의 적자와 흑자 여부에 대한 기사를 쏟아내면서 올림픽의 경제적 효과를 계산하고 있다. 또 2020년 하계 올림픽 후보 도시 가운데 하나인 마드리드는 현재 어려운 스페인의 경제 상황 때문에 후보 사퇴 여론에 직면한 상태다. 이와 관련해 영국 BBC는 최근 “이제 올림픽의 하이라이트는 육상 100m나 마라톤 경기가 아닌 대회의 손익계산서”라고 지적했다.
장지영 체육부 차장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