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길] 부녀가 함께 한 ‘3218일간의 독서 대장정’… ‘리딩 프라미스’

입력 2012-07-05 18:42


리딩 프라미스/앨리스 오즈마/문학동네

대한민국 아빠들이여. 자녀에게 책을 읽어준 적이 있는가. 책 읽어주기는 아이의 유아시절에 끝이 나는 게 일반적이다. 이 책은 초등학교 3학년 딸에게 책을 읽어줬다는 점에서 드문 시도다. 더욱이 이후 9년간 지속됐다는 점에서 쉽사리 따라하기 힘든 부모 노릇이다. 말 그대로 독서 마라톤이다.

이 책은 이제는 대학원생이 된 미국 필라델피아에 사는 앨리스 오즈마가 그런 멋진 아빠와 함께 했던 3218일간의 긴 독서 여정을 기록한 에세이다.

앨리스는 초등학교 3학년 때 사서였던 아버지와 한 가지 약속을 한다. “매일 예외 없이 최소 10분씩 함께 책을 읽을 것!” 어느 장소에 있든, 그리고 꼭 책이 아니더라도 읽을거리라면 무엇이든지 하루에 10분 이상씩은 아버지가 딸에게 소리 내어 읽어주고 딸은 경청하기로 했다.

두 사람은 일단 100일 동안 독서 마라톤을 실천해보기로 약속했고, 목표를 달성한다. 그냥 끝내기에는 아쉬웠던 두 사람은 할 수 있을 때까지 계속 이어가기로 한다.

“독서 마라톤을 계속 이어나가려다 보니 자정에 책을 읽기 시작한 날도 있었고, 꼭두새벽에 책을 읽기 시작한 날도 있었다. 곤히 잠들어 있는 딸아이를 깨운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딸아이가 나를 깨운 적도 있었다. 하지만 우리 둘 다 불평하지 않았다.”(10쪽)

책은 아빠와 딸이 함께 한 시간에 대한 추억이자, 가족에 대한 사랑의 기록이다. 아빠가 책을 읽어주어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다는 성공담이 아니다. 아빠와 책을 읽으며 보낸 날 중 의미 있는 날들의 기억을 떠올리며 딸은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배웠다. 무엇보다 뒤로 넘어져도 언제든 자신을 받쳐주는 아빠라는 든든한 보호막이 있다는 안온함이야말로 그녀가 세상을 살아가는 힘이 될 것이다. 이은선 옮김.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