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대국 中 ‘계획생육’의 어두운 이면… ‘붉은 수수밭’ 작가 모옌 새 소설 ‘개구리’

입력 2012-07-05 18:28


중국의 유력한 노벨문학상 후보인 모옌(57)의 신작 ‘개구리’(민음사)는 인구 억제를 위해 1971년부터 중국 정부가 실시해온 ‘한 가정 한 자녀’ 정책을 정면으로 다뤄 커다란 반향을 일으킨 작품이다.

1969년 인구 8억을 넘어서자 초조해진 중국 정부는 “핏물이 강을 이룰지라도 초과 출산은 허락할 수 없다”와 같은 과격한 구호와 함께 지방 관리들에게 무조건 ‘생육지표’를 끌어내리라고 몰아붙였고, 이에 따른 부작용이 곳곳에서 속출한다. 이는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는 비극이기도 하다. 공교롭게도 모옌과 같은 산둥성 출신의 인권 변호사 천광청도 정부의 폭력적인 산아제한 정책을 비판하다 실형을 선고받을 만큼 ‘계획생육’은 중국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이기도 하다.

모옌은 소설을 구상하게 된 동기를 이렇게 털어놓았다. “나에게 50여 년간 시골 마을에서 산부인과 의사를 했던 고모가 있다. 나는 고모에 대한 소설을 쓰겠다고 마음먹고 있었다. 2002년 일본 작가 오에 겐자부로 선생이 나의 고향을 방문했을 때 나는 그분에게 고모를 소개해 드린 적이 있다. 그는 고모의 이야기를 듣고 상당히 감동을 받았는데, 이는 내가 고모에 관한 이야기를 소설로 쓰는데 큰 격려가 되었다.”(‘한국어판 서문’)

소설의 줄거리는 의외로 간명하다. 정부의 인구 억제 노력에도 마을 사람들은 아들 욕심에 ‘불법 임신’을 계속 감행한다. 당에 대한 충성심과 낙태 시술에 대한 죄책감 사이에서 갈등하던 고모는 점점 폭력에 의존하게 된다. 임신부를 병원에 데려가 낙태시키기 위해 무장 민병을 동원하고 트랙터로 몰고 가 집을 허물겠다고 위협하기도 한다. 임신부가 이송 도중 탈출을 시도하다 사망하고, 커더우의 아내가 둘째를 지우기 위해 수술대에 올랐다가 뜻밖에 세상을 뜨지만, 고모는 계획생육에의 의지를 더욱 불태울 뿐이다.

고모는 임신 7개월인 왕단을 체포하고자 재산을 몰수하고 가족을 감금한다. 강 위에서 추격전을 벌인 끝에 고모는 복숭아 운송 뗏목에 숨은 왕단을 찾아내지만, 왕단이 조산하려는 것을 알고는 무사히 아이를 낳도록 돕는다. 아이를 낳은 직후 숨을 거둔 왕단을 보며 고모는 뒤늦게 회한에 사로잡힌다. 은퇴한 고모는 자신이 낙태한 아이들의 모습을 점토인형으로 빚으며 속죄의 모습을 보인다.

‘개구리’는 형식적으로 자전적 1인칭 소설이지만 실제 주인공은 고모이며, 소설이긴 하되 커더우가 수신자인 스기타니 요시토에게 보내는 다섯 통의 장문 편지 형식이다. 마지막 다섯 번째 편지에는 9막짜리 극본이 붙어 있다. 형식상 편지라면 당연히 발신자와 수신자가 있어야 하지만, 발신자는 작가 자신이라고 해도 수신자로 적혀 있는 스기타니 요시토가 과연 누구인지 정확하지 않다. 작가가 서문에서 오에 겐자부로를 언급했으니, 수신자가 바로 그일지도 모른다는 추측이 가능하지만 모옌은 부정하고 있다.

편지에서 커더우는 고모의 일생을 주제로 극본을 쓰겠다고 약속한다. 그러나 극본에는 고모 이야기 대신 전체 소설의 결말이 들어가 있다. 마지막 9막에서 스스로 검은색 밧줄에 목을 매달지만 커더우가 발견해 목숨을 부지한 고모의 대사는 이 소설이 인과응보가 아니라 참회와 화해를 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샤오스쯔, 젖 나와?” “네 풍풍 잘나요.” “얼마나?” “샘물처럼 솟아요.” 2011년 마우둔 문학상 수상작. 심규호·유소영 옮김.

정철훈 문학전문기자 c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