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폭력 벗어나 우뚝선 이주여성들… ‘서울이주여성디딤터’ 첫 취업자 4명 배출

입력 2012-07-04 20:28


4일 오후 서울 서교동 한 퓨전 음식점. 베트남 이주여성 트엉(가명·33)씨가 능숙한 솜씨로 러시아식 밀가루 파이 ‘담스키에 발츠키’를 만들어 냈다. 그는 “손님이 맛있게 먹을 때 가장 기분이 좋다”며 활짝 웃었다. 트엉씨는 서울시 산하 서울이주여성디딤터(이하 디딤터)가 배출한 첫 취업자다.

트엉씨는 스물일곱 살이던 2006년 한국에 왔다. 한국 남성과의 행복한 결혼생활을 꿈꿨지만 결혼 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남편은 툭하면 폭력을 일삼았다. 트엉씨는 결국 2010년 6월 이혼했다.

한 살배기 아들을 데리고 집을 나왔지만 머물 곳이 없었다. 이곳저곳을 전전하던 그는 이듬해 10월 친구의 소개로 디딤터에 입소했다.

2010년 11월 문을 연 디딤터는 폭력 피해 이주여성이 자녀들과 함께 지내면서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보호시설이다. 정착에 어려움을 겪는 이주여성들에게 한글 교육, 직업 훈련 및 자격증 취득, 부모 교육, 한국문화 체험 등 다양한 사회적응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트엉씨는 “아들과 함께 살면서 기술도 배울 수 있는 디딤터는 절망 속 한줄기 빛이었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그는 조리·바리스타·제과제빵 기술 등을 배웠다. 결혼 전 베트남에서 조리사로 일했던 그는 솜씨가 남달랐다. 9개월 만에 교육을 마쳤고 지난달 28일 사회적 기업이 운영하는 퓨전 음식점에 취업했다. 음식점 매니저 조은영(29)씨는 “트엉씨가 친화력이 좋아 직원들과 잘 어울리고, 습득 능력도 뛰어나 모든 요리에 금방 능숙해진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트엉씨를 포함해 디딤터 이주여성 4명이 취업에 성공했다고 전했다. 2명은 소방복제조회사에, 1명은 카페에서 일하고 있다. 또 디딤터에는 30명의 이주여성이 기술을 배우며 자립을 꿈꾸고 있다. 시는 취업자들에게 자립정착금 500만원을 지원해 초기 정착을 돕는다는 방침이다.

조현옥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은 “이주여성들이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계속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