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AM 2002’ 별과 별들이 펼치는 축구 대향연… 서울월드컵구장서 화려한 킥오프

입력 2012-07-04 19:27

2002년 여름을 뜨겁게 달궜던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들이 10년 만에 한 자리에 모였다. 몸은 이전에 비해 많이 느려졌지만 열정만큼은 그대로인 모습이었다. 2002 한·일 월드컵 주전 멤버로 구성된 ‘TEAM 2002’ 선수들이 2002 월드컵 대표팀 초청 K리그 올스타전 2012를 하루 앞둔 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처음 만나 훈련을 실시했다. 약 한 시간 가량 진행된 훈련에는 거스 히딩크 감독의 지휘 아래 총 14명의 선수들이 땀을 흘렸다.

그라운드 한 가운데에서 빙 둘러서서 히딩크 감독의 지시사항을 5분가량 들은 선수들은 곧바로 패스 훈련을 실시했다. 현역으로 뛴 지 오래된 듯 최용수(서울 감독)는 패스를 한 후 멋 적은 웃음을 지어보였고, 유상철(대전 감독)도 패스를 받다가 공에 걸려 넘어지는 장면이 나왔다. 반면 설기현(인천), 김남일(인천), 최태욱(서울) 등 여전히 현역에서 뛰는 선수들은 선배들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다.

이윽고 히딩크 감독이 또 다른 훈련을 시키기 위해 선수들을 불러 모았다. 이때 현역 감독인 최용수가 재빨리 뛰어나가는 모습을 보이자 좌중에서는 폭소가 터졌다.

이어 슈팅 훈련이 시작되자 이제야 몸이 풀린 듯 경쾌한 발놀림과 공차는 소리가 경기장을 메웠다. 김남일은 실전처럼 몸을 날려 헤딩슛을 쏘았고, 최용수도 코너에서 날아온 공을 그대로 오른발 슛으로 연결시키며 왕년의 스트라이커로서의 면모를 과시했다. 최용수는 슛을 성공시키자 히딩크 감독에게 뛰어가 한·일 월드컵 포르투갈전에서 박지성이 했던 ‘허그 세리머니’를 해 훈련장에 웃음이 터졌다.

10년 만에 호흡을 맞춘 선수들은 감개무량한 표정이었다. 송종국(해설위원)은 “오랫만에 소집돼 집에서 짐을 싸고 호텔로 들어갔는데 이전에는 많이 긴장해 들어갔지만 이번에는 기분좋게 들어갔다”며 반가움을 표시했다. 송종국은 “은퇴한지 얼마안됐다고 황선홍, 최용수 선배가 나보고 90분을 다 뛰라고 하더라”며 “우리도 한 달만 뛰지 않으면 일반인 몸이 되지만 오늘 하루 열심히 해서 내일 잘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히딩크 감독은 “10년이 지난 후 선수들이 나이가 많이 들었다. 이번 기회를 통해 그 때 내 선수들이 10년 후에 어떤 인생을 살고 있는 지 알 수 있어서 좋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내일 경기는 모든 선수들이 뛸 수 있도록 하겠다”며 “몸상태는 이전에 비해 좋지 않지만 경험으로 승부하겠다. 2002 월드컵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스승 히딩크 감독과의 재회로 관심을 모았던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은 개인 일정 때문에 훈련에 불참했다. 또 황선홍(포항 감독) 홍명보(올림픽 대표팀 감독) 김태영(올림픽 대표팀 코치) 최진철(강원 코치) 등 4명도 일정으로 훈련에 참여하지 못했다.

‘TEAM 2012’ 소속인 이동국(전북)은 기자회견에서 “팀 2002의 선배들이 10분은 뛸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내일 비가 온다고 하는데 발목이나 무릎이 아픈 선배들이 많을 것 같다”고 말해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