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재벌해체 반대… 총수 사면 등 특혜엔 ‘원칙대로’

입력 2012-07-04 21:50

새누리당이 연일 경제민주화 논란을 벌이고 있다. 대선 최대 이슈를 선점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며, 그 중심에 출자총액제한제를 비롯한 ‘재벌’ 문제가 있다. 이 논란에는 분명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의중도 담겨 있을 터여서 재벌을 바라보는 그의 생각이 무엇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 전 위원장이 경제민주화를 가장 직접적으로 언급한 발언은 지난 2월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나왔다. 그는 “경제민주화는 대기업의 긍정적 측면은 최대한 살리고 부정적 측면은 최소화하자는 생각에서 출발하고 있다”고 했다. 이 말에서처럼 박 전 위원장은 ‘재벌’이란 표현 자체를 즐겨 쓰지 않는다고 한다. 대신 ‘대기업’이나 ‘대기업 집단’이라고 표현한다. 친박계 핵심 인사는 4일 “총수가 있는 대기업 집단을 표현하는 ‘재벌’이란 단어엔 이미 부정적 의미가 담겨 있다”며 “국가 최고 책임자가 되려는 사람으로서 그런 표현을 쓰는 게 적절치 않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박 전 위원장의 대기업관은 한마디로 ‘장점도 있고 문제점도 있으니, 좋은 건 살리고 나쁜 건 고치자’로 요약된다. 그와 가까운 경제 전문가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박 전 위원장은 대기업의 고용 창출과 성장동력 역할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동시에 부작용도 충분히 인식해 반드시 고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는 듯하다”고 전했다.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시절이던 지난 1월 라디오 정강정책 연설이 대기업의 부작용을 언급한 대표적인 예라고 한다. 당시 박 전 위원장은 “불공정 거래를 엄단하고 대기업의 우월적 지위 남용과 하도급 횡포를 엄단해 공정한 경쟁 풍토를 조성할 수 있도록 정부의 역할과 기능을 대폭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또 비슷한 시기 기자간담회에선 “출자총액제한제를 보완해 재벌의 사익 남용을 막는 조처가 필요하다”고 말해 ‘재벌 개혁의 서곡’이란 평가를 받기도 했다. 기업형슈퍼마켓(SSM)에 대해선 골목 상권까지 침해하는 건 큰 문제라는 생각도 여러 차례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위원장이 재벌 특권 폐지의 일환으로 기업 총수들에 대한 사면권 남용에 제동을 걸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 친박계 핵심 의원은 “2009년 스탠퍼드 대학 강연에서 내세웠던 ‘원칙이 바로 선 자본주의’가 박 전 위원장 경제관의 근간”이라며 “대기업 또한 예외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심화된 양극화 현상을 보면서 대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만큼 기업의 사회적 책임도 중요하다는 인식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다른 측근은 “대기업들이 사상 최대 흑자를 내는 데도 서민들은 고통스러워하는 현실에서 경제공동체 유지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낀 것 같다”고 전했다.

박 전 위원장 주변에선 재계의 반발을 의식한 듯 그가 2004년 한나라당 대표 시절부터 일관되게 ‘재벌 해체’는 반대해왔음을 강조하고 있다. 한 측근 의원은 “대기업 때리기로 비치는 정책이 나오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