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전환대출, 문턱 너무 높다… ‘高금리서 구제’ 대상자 11만명 중 216명만 혜택
입력 2012-07-04 21:55
정부가 고금리 대출로 고통 받는 대학생 등 청년층을 돕겠다고 야심차게 내놓은 전환대출 사업이 전혀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연 20% 이상의 고금리 대출을 받고 있는 대학생이 11만명 정도로 추산되지만 전환대출의 자격 요건이 너무 까다로워 혜택 받는 학생은 극소수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18일부터 추진하고 있는 ‘미소금융 대학생·청년 전환대출’ 시행 2주째인 지난 2일까지 총 216명에게 금리 연 6.5% 수준으로 전환대출을 승인했다고 4일 밝혔다. 11만명 정도로 추산되는 고금리 대출 대학생의 0.2%에 불과하다.
금융위 통계가 지난 2일까지인 점을 감안하면 시중은행에서 승인한 대학생 전환대출 규모는 대략 14억여원으로 추산된다. 금융위와 기획재정부 등은 전환대출 시행을 앞두고 “대학생들의 기존 고금리 채무 3000억원을 해소할 것”이라고 기대했었다.
대학생 전환대출 실적이 정부의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것은 우선 대상자 자격 기준이 너무 까다롭기 때문이다. 현재는 학자금 용도로 고금리 대출을 받았던 학생만 전환대출 신청자격을 얻는다. 신용회복위 관계자는 “채무확인서의 자금용도 사항에 ‘학자금’이나 ‘교육비’라고 적혀 있거나 대학 등록기간인 2∼3월, 8∼9월에 발생한 대출이 보증 대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학생 중 상당수는 등록금 외에 생활비 압박 등으로 고금리 대출을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금융위 조사에 따르면 대학생의 고금리 대출 사유가 ‘등록금’인 경우는 27.4%에 불과했다. ‘사고 등 급전 필요’(42.5%), ‘생활비’(22.6%) 등 다른 목적인 경우가 적지 않았다.
또 신청일 현재 연체가 없어야 한다는 요건도 혜택 범위를 줄이고 있다. 금융위 조사결과를 보면 대출금이 있는 대학생 가운데 사채 이용자의 25%, 카드론 이용자의 17.5%, 대부업·캐피털 이용자의 10.9%는 연체 중이다.
한 대학생은 “고금리 채무에 시달리는 친구들 상당수는 학자금이 아닌 생활비 등으로 돈을 빌렸고, 돈을 갚지 못해 연체하는 경우도 허다하다”면서 “현재 시행되고 있는 전환대출은 너무 현실을 모르고 내놓은 대책인 것 같다”고 꼬집었다.
상황이 이런데도 금융위는 사업 시행 초기라 실적이 부진하다는 입장만 피력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홍보 활동을 하고 있지만 대학생들이 방학 시즌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서민금융상품은 원래 시행 초기에 부진하다”고 해명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