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신용위험도 ‘비상’… 3분기 지수 9년만에 최고

입력 2012-07-04 19:15

올 3분기 가계의 신용위험지수가 9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금융당국은 불황으로 가계대출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지만 질적 구조는 나빠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은행이 국내 16개 은행을 대상으로 조사해 4일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서베이(조사)’ 결과에 따르면 3분기 가계의 신용위험지수(예상치)는 38로 지난 2분기(22)에 비해 16포인트 급증했다. 이는 ‘카드 대란’ 직후인 2003년 3분기(44)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신용위험지수는 신용위험에 대한 금융기관의 판단을 ‘크게 완화’에서 ‘크게 강화’까지 5단계로 나눠 받은 뒤 가중 평균해 계산한 지표다. 100과 -100 사이의 숫자로 표시되며 지수가 높을수록 신용위험도가 커진다. 중소기업의 신용위험도 역시 2009년 1분기(47) 이후 최대치인 44를 기록했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금융경영인 조찬강연에서 “가계대출 증가세는 둔화되고 있으나 비은행 금융기관의 대출 비중이 상승하는 등 질적 구조는 악화됐다”고 지적했다.

신한·국민·우리·하나·농협·기업은행 등 6대 은행의 지난달 말 가계대출 잔액은 368조2984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2조4000억원(0.7%) 증가하는 데 그쳤다. 반기 가계대출 증가율이 1% 미만으로 떨어진 것은 2000년 이후 처음이다.

그러나 불황 장기화와 부동산 경기 악화로 ‘악성 부채’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권 원장은 금융회사에 고정금리·비거치식 분할상환 대출 비중을 늘리고 저신용자 채무 조정에 적극 나서 달라고 당부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정영식 수석연구원은 “다른 나라보다 소득 대비 가계대출 비율이 여전히 높아서 적정 수준의 관리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준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