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들 손사래… 우리금융 민영화 ‘시계 제로’
입력 2012-07-04 19:15
민유성 티스톤 회장 “시장상황 어려워 입찰 포기”
한때 우리금융지주 인수 후보로 떠올랐던 사모펀드 티스톤파트너스의 민유성 회장이 입찰 포기를 선언했다. 다른 사모펀드들 역시 얼어붙은 인수·합병(M&A) 시장 상황과 정치권 부담감 등으로 난색을 표하고 나섰다. 금융당국은 내심 KB금융지주를 ‘구원투수’로 원하고 있지만 정권 말 특혜의혹 등 장애물이 많아 우리금융 민영화가 순탄치 않을 것이란 우려가 높다.
민유성 회장은 4일 국민일보와 전화통화에서 “우리금융 M&A에 재무적 투자자(FI)로 참여하는 데는 전혀 흥미가 없다”면서 “우리가 직접 인수해 경영하려 했지만 시장 상황이 어려워 입찰을 포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KB금융과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현재 M&A 시장에서 우리금융 인수에 나설 만한 전략적 투자자(SI)는 KB금융 정도밖에 없다”면서 “그러나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한다 해도 우리가 경영권을 행사할 수는 없기 때문에 이 역시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단독 또는 KB금융지주와 컨소시엄 구성 등으로 입찰에 참여할 가능성이 제기됐던 사모펀드 가운데 입장을 밝힌 것은 민 회장이 처음이다.
다른 사모펀드들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내부적으로 우리금융 인수를 검토했던 MBK파트너스나 보고펀드 등은 정치권 등에서 논란이 될 수 있는 우리금융 민영화에 섣불리 발을 들이기 꺼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사모펀드 관계자는 “우리금융 인수에 참가하더라도 정치적 논란에 휩싸이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누구도 주지 못하고 있다”면서 “정권 교체시기에 자칫 실수하면 향후 5년간 사업을 망칠 수 있다는 걱정도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 ‘돈줄’이 마른 상황에서 7조∼8조원에 달하는 우리금융 인수 자금도 부담이다. 이렇게 되자 두 차례나 실패한 우리금융 민영화를 다시 조급하게 추진하는 금융당국에 대한 불신도 팽배하다.
우리금융 인수에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KB금융은 아직도 명확한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 이미 ING생명 한국사업부문 인수를 추진 중인 만큼 신중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ING생명 인수에 3조원 규모의 ‘목돈’이 들어가는 상황에서 다시 우리금융 인수 작업에 나선다면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금융당국의 ‘KB만 바라보기’가 얼마나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금융업계 고위관계자는 “사모펀드가 전혀 참여하지 않는 상황에서 KB금융이 단독으로 우리금융 인수에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여러 가지 상황을 감안할 때 우리금융 민영화가 차기 정권으로 넘어갈 가능성도 낮지 않다”고 전망했다. 우리금융 예비입찰 제안서 접수는 27일 마감된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