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IP’ 이용 특정세력이 조직적 투표 부정 드러나
입력 2012-07-04 19:19
檢, 통진당 중복투표·부정경선 실체 확인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경선이 총체적으로 부실하게 치러졌다는 정황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검찰 수사결과 과도한 중복 IP 투표 외에도 정체불명의 주민등록번호나 휴대전화번호를 사용한 당원이 무더기로 적발됐고 특정후보 몰표 현상도 12건이나 발견됐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검사 이상호)는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온라인투표 득표율 상위 6명 중 노항래 후보를 제외한 5명(이석기, 오옥만, 윤금순, 나순자, 이영희 후보)이 득표수의 44∼60%가량을 중복 IP에서 받았다고 4일 밝혔다.
특히 이석기 의원의 경우 경선 때 받은 1만136표 중 58.85%(5965표)가 여러 중복 IP에서 나왔다. 이 의원이 중복 IP에서 얻은 표수는 온라인투표 득표율 2위인 오옥만 후보의 전체 표수 5188표보다 777표나 많았다.
특정 후보의 몰표가 나온 컴퓨터도 12대나 됐다. 문경식 공동위원장은 전남의 한 컴퓨터에서 나온 286표 모두를 얻었다. 제주 지역의 한 건설회사 사무실 컴퓨터에서 나온 270표는 모두 오옥만 후보에게, 부산의 한 병원 노조 사무실 컴퓨터에서 나온 112표는 나순자 후보에게 몰렸다. 윤갑인재 후보(광주 107표), 이 의원(전북 82표)도 한 컴퓨터에서 몰표를 받았다. 이 의원은 65표가 나온 전남의 한 사무실과 47표가 나온 경기도의 한 사무실에서도 각각 98.4%, 70.15%의 표를 얻었다. 특정 세력이 조직적으로 중복 IP를 이용해 온라인 투표를 진행했다는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상대적으로 컴퓨터 사용에 익숙하지 못한 고령자 투표가 많아 차명투표(당원 명의만 빌려 일반인이 투표) 가능성도 제기됐다. 실제 온라인 투표에 참여한 당원 중 60세 이상은 1197명, 70세 이상은 305명, 80세 이상은 27명이었다. 90세 이상의 투표자도 2명 나왔다. 앞서 통합진보당 진상조사특위도 “대신 투표해 줄 테니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받은 온라인 투표용 인증번호를 알려 달라”는 사례 등 대리투표 정황을 발표했다.
주민번호와 휴대전화번호가 같은 사례는 각각 6건과 10건 발견됐다. 주민번호 뒷자리가 ‘0000000’인 투표수가 7건, 전화번호가 ‘010-0000-0000’으로 적힌 투표자 명단도 11건 있었다. 검찰 관계자는 “통합진보당은 당원 가입 때 주민번호나 휴대전화번호를 정확히 확인하는 시스템이 아니다”며 “존재하지 않는 유령당원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서버 분석작업이 완료된 만큼 부정선거 의심이 가는 정황을 일일이 들여다볼 계획이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미 중복 IP 소재지 지방청에 관련 자료를 보내 관련자 소환 작업을 시작했다. 각 지방청별로 중복 IP 이용자를 확인하고 투표자가 직접 당비를 낸 진성당원인지 여부도 가릴 방침이다. 검찰은 통합진보당 진상조사특위가 확인한 현장투표 부정 의혹 관련 자료도 당에 요청했다. 검찰 관계자는 “유령당원, 대리투표 외에 다양한 부정선거 양태도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