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전문의는 밖에서 대기한다고?… 8월 5일부터 시행 논란
입력 2012-07-04 22:06
다음달 5일부터 전국 응급실에서 전공의(레지던트)는 당직의사로 근무하는 게 금지된다. 개정 응급의료법에 따라 응급실 당직의사는 반드시 전문의가 맡아야 한다. 하지만 당직의가 병원 밖에 대기하는 ‘비상호출(on-call) 체계’가 허용돼 실제 당직 전문의가 응급환자를 진료하게 될지에 대해서는 의료계 안팎에 회의적인 목소리가 높다. 특히 당직의사가 아닌 레지던트가 응급실에 근무하더라도 이를 처벌하는 규정이 없어 응급실 당직 체계가 실제로 달라질지는 의문이다.
보건복지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응급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마련, 법제처 심사 등을 거쳐 다음달 5일부터 시행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4일 밝혔다.
◇응급실 레지던트 사라지나=현재 대부분의 응급실에서 환자를 맞는 건 인턴이나 1·2년차 레지던트다. 응급의학전문의(응급의)가 있긴 하지만 한 해 900여명씩 배출되는 응급의사만으로는 전국의 응급실을 제대로 운영하는 게 불가능하다. 결국 중증도에 따라 환자들은 ①1·2년차 레지던트→②3·4년차 레지던트→③전문의 단계를 거친다.
개정안은 응급환자를 진료할 수 있는 의사를 전문의로 못 박았다. 다만 당직 전문의가 응급실에 상주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병원 밖 어느 장소에든 대기하고 있다가 비상호출을 받으면 달려오면 된다. 비상호출에 걸리는 시간은 추후 협의를 통해 결정된다.
환자나 보호자는 응급실에 게시된 당직표 등을 통해 전문의 진료가 이뤄졌는지 확인할 수 있다. 만약 당직 전문의가 호출에 응하지 않을 경우 기관장은 과태료 200만원, 당직 전문의는 면허정지 처분을 받게 된다.
◇정말 달라지나=‘전문의가 응급환자를 진료하도록 하자’는 입법 취지에는 모두 공감한다. 논란은 ‘전문의 병원 외 당직’을 허용했다는 데서 출발한다. 병원 밖 대기를 허용함으로써 결국 응급실에 상주하는 사람은 과거와 마찬가지로 레지던트들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건강세상네트워크 김준현 환자권리팀장은 “전공의들이 응급실에 근무할 수 없도록 한 게 아니기 때문에 당직 전문의들이 병원 밖에 대기하는 상황에서 결국 응급실을 지키는 건 인턴과 전공의들이 될 수밖에 없다”며 “응급의 및 전공의들이 중증도를 판단해 각과 전문의를 부르는 방식이라면 현재의 시스템과 뭐가 다르냐”고 반문했다.
애초 복지부가 입법예고했던 안은 ‘(당직의사는) 전문의 또는 3·4년차 이상의 레지던트로 하되 3년차 이상의 레지던트 비율이 3분의 1을 초과하지 않는다’였다. 레지던트 당직을 열어두되 비율을 정해 남용을 막자는 것이었다.
이게 ‘전문의 비상호출 체계’로 바뀐 데는 대한병원협회 측의 목소리가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응급실 운영에 전문의 인력을 대거 쓰면 낮 진료에 차질이 오기 때문에 ‘3분의 1 레지던트’ 안에 반대한 것이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병협 간부가 복지부 차관을 만나 병원 입장을 설명한 뒤 수정안이 만들어진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