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우여곡절 끝 하이마트 품에 안을듯… 인수가 1조2000억원대 우선협상자 선정

입력 2012-07-04 19:06


롯데그룹이 우여곡절 끝에 하이마트 인수 기회를 잡았다. 전자유통 분야 1위인 하이마트 인수에 성공할 경우 유통업계의 지각 변동도 예상된다.

롯데그룹은 계열사 롯데쇼핑이 4일 하이마트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MBK파트너스가 하이마트 인수를 포기한 지 하루만이다. 롯데의 하이마트 인수가격은 주당 8만원선, 총 1조2000억원대로 알려졌다. 최종적으로 인수가 결정되면 롯데는 유진기업과 선종구 전 하이마트 회장, 에이치아이컨소시엄 등이 보유한 지분 65.25%(1540만4032주)를 인수하게 된다. 롯데 관계자는 “아직 하이마트를 인수한다고 단정적으로 말할 단계는 아니다”면서도 “구체적인 협상 절차를 거쳐 최종적으로 인수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는 롯데가 하이마트 인수에 성공할 경우 2009년 롯데마트가 오픈한 체험형 가전매장 ‘디지털파크’와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롯데마트가 대형마트 중 만년 3위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하이마트를 인수하게 되면 업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이마트를 위협할 정도의 매출 규모에 이른다는 것이다.

지난해 기준 매출액을 살펴보면 롯데마트가 6조9000억원, 하이마트는 3조4105억원으로 두 회사의 매출을 합하면 13조8000억원의 이마트와 별 차이가 없게 된다. 2018년까지 디지털파크 연매출을 10조원 수준으로 키우고 전체 사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20%까지 올리겠다는 사업목표 달성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현재 전국 314개 점포를 운영 중인 하이마트는 전자유통업계에서 시장 점유율 34.9%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2위인 삼성디지털프라자와는 15%포인트 차로 크게 앞서고 있는 상황이다.

또 하이마트는 중소 제조사로부터 제품을 직접 사들여 판매하기 때문에 롯데로서는 낮은 가격에 전자제품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또 하이마트를 인수할 경우 전자제품 설치, 배송 전문 인력도 흡수하게 된다. 하이마트 입장에서도 롯데와 합쳐진다면 넒은 유통망을 이용해 시장을 장악할 수 있게 된다. 롯데는 현재 롯데마트 96개, 롯데슈퍼 431개, 백화점 39개 점포와 12개의 디지털파크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롯데는 ‘가격이 맞지 않으면 절대 인수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하며 2009년 오비맥주 이후 대우인터내셔널, 대한통운 등 대형 입찰에서 번번이 미끄러진 경험이 있다.

이날 하이마트 주가는 전일보다 11.15%(5800원) 오른 5만7800원에 거래를 마쳤고, 롯데쇼핑도 1.77%(5500원) 소폭 상승한 31만5500원에 마감했다.

한편 지난 2일 전자랜드 인수를 포기했던 신세계측은 당시의 결정은 롯데의 하이마트 인수 실패와는 무관하다고 해명했으나, 롯데가 하이마트를 인수하게 되면 다시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