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야권, 이석기 멱살잡은 農心 유념해야

입력 2012-07-04 18:48

농부들 마음도 일반 국민과 똑같았다. 부정경선과 종북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이 그제 서울광장에서 열린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중단 전국 농축수산인 결의대회에 모습을 드러냈다가 농민들에게 된통 혼난 것이다. 농민들은 보좌진과 함께 집회 장소에 나타난 이 의원을 발견하자마자 그를 둘러싸고 “여기가 어디라고 왔느냐. 원하는 사람이 없다. 당장 나가라”고 외쳤다. 그래도 돌아가지 않자 “애국가를 인정 안 하고 무시하는 ×은 한국 사람이 아니다” “빨갱이는 북한으로 가라”며 막아섰다. 한 농민은 이 의원의 양복 옷깃을 쥐어잡고 거세게 항의했다. 그렇게 그는 대회장에서 쫓겨났다. 그리고 대회장 반대편으로 가 집회를 지켜보다 떠났다고 한다.

이 의원이 뻘쭘한 처지가 된 사이 그의 멱살을 잡았던 농민은 대회에 참석한 통진당 강기갑 혁신비대위원장을 찾아가 큰절을 했다. 그러면서 “빨갱이 이석기를 국회에서 몰아내 달라”고 당부했다. 생존에 위협을 느껴 대정부 투쟁에 나선 농민들이지만, 이 의원과는 함께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 의원은 직접 확인한 성난 농심을 통해 자신에 대한 여론이 얼마나 냉랭한지 정확히 읽어야 한다. 그를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으로 여기는 국민은 일부 종북 세력을 제외하고는 거의 없을 것이다.

이 의원이 속해 있는 통진당에서도 제명절차를 밟고 있지 않은가. 신당권파는 오늘 열릴 의원단 총회에서 이 의원과 김재연 의원 출당 문제를 매듭짓겠다는 입장이다. 강 위원장은 농민들의 외침을 명심해 두 의원을 출당시키는 데 총력을 기울이길 바란다. 그것이 통진당을 살리는 길이다. 구당권파 역시 두 의원을 살리는 데 매달리는 것이 소탐대실이라는 걸 유념해야 한다.

통진당 1, 2차 자체 진상조사에 이어 검찰도 어제 통진당 비례대표 후보 경선 과정에서 총체적 부정이 저질러졌다는 물증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 의원의 경우 온라인 투표로 얻은 전체 득표수 가운데 무려 58%가 2개 이상 중복 IP에서 이뤄진 투표였다고 한다. 이 의원은 애당초 국회의원 자격 미달이라고 하면 과한 표현일까.

이런 상황인데 새누리당과 이석기·김재연 의원 퇴출을 위한 자격심사에 합의한 민주통합당의 태도가 다소 모호해졌다. 박지원 원내대표가 갑자기 통진당에서 먼저 제명을 결정해야 한다는 전제를 들이대며 “여야가 합의했지만 (퇴출) 가능성은 굉장히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하지만 통진당 결정과 무관하게 국회에서의 제명절차는 합의대로 조속히 추진하는 것이 맞다. 민주당이 국민들앞에서 약속한 것을 어긴 채 두 의원을 감싸는 듯한 인상을 주면 득 될 게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