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적 고뇌 아닌 풋풋한 감성 관객 싹쓸이 기세로 내달린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입력 2012-07-04 18:37
영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이 어메이징하게 돌아왔다. 예상대로 개봉 첫 주 극장가를 휩쓸었다. 지난달 28일 개봉 후 6일 만에 관객 200만명을 돌파했다. 최근 극장을 찾은 관객 10명 중 7명 이상이 스파이더맨을 선택한 것이다. 올해 개봉 영화 중 최대 관객 수를 갱신할 기세로 달려가고 있는 스파이더맨을 되짚어봤다.
5년 만에 돌아온 네 번째 스파이더맨이다. 이 영화의 특징은 크게 두 가지다. 짜릿하고 실감나는 고공액션과 등장인물의 감정선을 잘 살린 드라마. 액션이야 그렇다 쳐도 하이틴 로맨스를 보는 듯 밝아진 주인공이 인상적이다. 이전 스파이더맨이 시대의 무게를 짊어진 고뇌하는 영웅이었다면 이번 에는 한결 풋풋하고 경쾌하다. 여주인공도 달라졌다. 전작에서 스파이더맨의 도움을 받기만 하던 캐릭터와는 달리 적극적이고 씩씩하다.
이렇게 달라진 연출의 중심에는 영국 출신의 마크 웹 감독이 있다. 2009년 영화 ‘500일의 썸머’를 기억하는 관객이라면 아마 고개가 끄덕여질 터. 남녀의 심리를 독특하고 섬세하게 담아내 탁월한 연출력을 인정받은 그는 데뷔작 하나로 스파이더맨 감독을 따냈다. 캐릭터의 감정을 자유자재로 갖고 놀던 그가 메가폰을 잡아서인지 영화는 같은 영웅물인 ‘배트맨’보다는 미국 청소년들 사이에 돌풍을 일으킨 ‘트와일라잇’과 닮았다. 주인공 피터 파커는 ‘아직’ 신문사에 다니지 않는다. 사랑과 우정, 가족문제로 고민하는 평범한 고등학생이다. 청소년 관객에게 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 지점이다.
게다가 이 영화, 은근히 뻔뻔스럽다. 마치 그동안 만들어진 세 편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이야기를 풀어간다. 피터 파커의 어린 시절부터 시작하는 영화는 그가 사라진 부모를 찾는 과정과 미스터리한 비밀을 더했다. 삼촌이 죽는 장면이자 그가 세상을 구하기로 결심하는 결정적인 계기도 좀 다르게 풀었다. 전작은 잊어라, 이것이 진짜 스파이더맨이라고 얘기하는 듯하다.
액션도 빠질 수 없는 관람 포인트. 이 영화의 성공 여부는 사실상 미국 뉴욕 초고층 빌딩 숲을 종횡무진 날아다니는 스파이더맨을 어떻게 실감나게 표현할까에 있다. 영화는 이 장면을 스파이더맨의 시점으로 촬영했다. 멀리서 스파이더맨을 지켜보는 게 아니라 관객이 마치 주인공이 된 것처럼 하늘을 나는 듯한 쾌감을 선사한다. 3D나 아이맥스 3D극장에서 보면 더 짜릿하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코믹하고 인간적이다. 빨강 파랑 쫄쫄이 옷과 마스크를 쓰고 고층건물에서 막 뛰어 내리려다가도 휴대전화가 울리면 받는 식이다.
피터 파커 역은 앤드루 가필드가 맡았다. 영화 ‘소셜 네트워크’(2010)로 스타덤에 오른 신예다. 여자친구 그웬 스테이시 역의 엠마 스톤은 오스카상 수상작인 ‘헬프’의 주인공으로 얼굴을 알렸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취향에 따라 뛰어난 전작인 1, 2편보다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영화의 중요 덕목 중 하나인 오락용으로 손색없다. 12세가.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