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에서 비문화업소 개업 못한다… 문화지구 조례 개정 추진
입력 2012-07-03 22:16
서울 종로2가에서 관훈동 북쪽 안국동 사거리까지 이어지는 인사·낙원·관훈동 일대는 한국의 대표적인 전통문화 특화지역이다. 2002년 전국 처음으로 문화지구로 지정됐다.
하지만 이 거리는 현재 ‘전통문화의 거리’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화장품매장과 액세서리 가게, 마사지업소 등 전통문화 상권을 위협하는 상업시설들이 난립하고 있다.
지하철 3호선 안국역에서 인사동으로 들어서면 각종 화장품 체인점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커피 전문점과 최신 유행의 옷과 구두를 파는 상점들도 즐비하다. 국내 유명 베이커리 체인점과 일본식 돈가스로 유명한 체인점도 보인다.
3일 종로구에 따르면 인사동에는 2002년 제정된 ‘서울시 문화지구 관리 및 육성에 관한 조례’에서 금지 업종(비권장 업종)으로 지정된 업소들이 들어섰다. 단란주점 및 노래연습장(7곳), 담배 가게(4곳), 의류 잡화점(37곳) 등 금지 업종 업소가 99곳이나 된다. 현재로선 개업을 막을 법적 근거나 수단이 없어서다. 화장품 전문점(11곳), 구두점(2곳), 마사지 업소(2곳) 등 조례에는 포함되지 않는 비(非)문화 업소들도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올해 16곳이 새로 문을 여는 등 전통문화와 관련이 없는 업소가 무려 116곳에 달한다. 전통문화 거리가 ‘잡탕’이 돼 간다는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서울시는 이날 화장품, 마사지 업소 등을 금지 업종으로 추가 지정하고 이들 업종의 개업을 막는 방안을 담은 문화지구 조례 개정을 추진키로 했다고 밝혔다. 시는 금지 업종에 해당되는 점포가 인사동에 들어설 경우 최대 1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시는 5일 시민 공청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하고, 연내 입법 절차를 완료한 뒤 내년부터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미 영업 중인 상점들에겐 소급 적용되지 않는데다 과태료 부과에 대한 반발이 예상돼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인사동에서 30년째 전통 다기 전문점을 운영해 온 최모(79)씨는 “그동안 들어온 화장품 가게들이 이 곳 임대료를 4배 가까이 올려놨다”며 “이들이 계속 영업하는 한 일반 상인들은 임대료 내기도 벅차다”고 푸념했다. 전통물품 가게 주인 신풍(53)씨는 “대기업 체인점들 때문에 전통적인 분위기가 퇴색돼 상인들의 불만이 이만저만 아니다”면서 “보다 강력한 법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글·사진=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