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 세계은행 총재 취임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든 한국에서 힘 얻자”

입력 2012-07-03 20:44

한국계인 김용(53·미국명 Jim Yong Kim) 세계은행(WB) 총재가 어떤 국가든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자신의 확고한 낙관론은 한국의 발전 경험에 근거하고 있다고 말했다.

2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의 세계은행 본부로 첫 출근한 김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의 성공이 세계은행을 이끌어 가는 데 어떤 영향을 주느냐는 질문에 “내가 부모를 따라 미국에 왔을 때만해도 많은 사람들이 한국에 대해 천연자원이 전무하다는 등의 이유로 ‘구제불능(basket case)’이라고 했다. 하지만 어떻게 됐나”며 이같이 답했다.

그는 세계은행 직원들이 ‘어느 나라든 발전할 수 있고, 불가능한 국가는 없다’는 이러한 흔들림 없는 낙관론을 갖고 업무에 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총재는 이날 오전 가진 ‘전 직원과의 대화’에서도 한국의 사례를 언급했다. “세계은행이 여러 난제들에 직면해 있지만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든 한국의 사례가 있지 않느냐. 여기에서 교훈과 힘을 얻을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고 복수의 세계은행 직원들이 전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직원들에게 자신을 ‘닥터 김’이나 ‘총재(president)’로 부르지 말고 ‘짐’(미국이름의 약칭)으로 불러 달라고 말했다. 격식을 떠나 허물없이 대화를 나누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

전 세계를 가난에서 구제하는 세계은행의 임무를 직원들이 수행하는 데 장애물을 없애고, 지원하는 게 총재의 역할이라고도 했다. 이날 직원과의 대화는 당초 예정시간을 30분 초과할 정도로 열기 속에 진행됐다.

오후에 각 부서를 돌며 직원들과 악수하며 인사를 나눈 김 총재는 “직원들과 정례적으로 점심 식사를 하며 의견을 경청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김 총재는 세계은행이 그리스와 같이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선진국들에 대한 ‘컨설팅’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해 빈곤국가에 초점을 맞춰온 세계은행의 역할이 크게 변화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기자간담회에서 세계은행의 최우선 업무는 성장 동력을 잃어가는 세계경제 속에서 빈곤국과 개발도상국을 돕는 것이지만, 전문가를 파견해 구조적인 문제에 봉착한 부유한 국가들을 돕는 일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