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농촌유학 1번지로 떠올랐다
입력 2012-07-03 20:34
전북 장수군 번암면에는 농가 2채를 개조해 만든 ‘철딱서니 학교’가 있다. 2007년 문을 연 이 곳에서는 서울에서 5년 전 내려온 한동우(15·중3년) 군 등 17명의 초·중생이 생활하고 있다.
서울 경기 등에서 ‘유학’을 온 학생들은 동화분교와 번암중에 다닌다. 방과 후에는 3명의 교사의 도움을 받아 텃밭에 옥수수와 고구마를 심고 닭, 개, 토끼들을 기르고 있다. 또 제과·제빵 기술은 물론 풍물과 수영·승마도 배운다. 김현덕(여) 교사는 “아이들이 맘껏 뛰놀며 마음과 몸을 키워가고 있다”고 말했다.
전북지역이 ‘농촌유학’의 중심지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농촌유학은 대도시 학생들이 시골학교로 6개월 이상 전학을 해 시골생활을 체험하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2006년부터 시작돼 현재는 전국에서 온 33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전북에는 전국 시·도 중에서 가장 많은 70여명이 기숙사나 농가주택 9곳에서 지내며 인근 학교에 다니고 있다.
지난해 개원한 임실군 신평면 ‘대리유학센터’에는 15명의 초·중생들이 생활하고 있다. 주민들이 땅을 내놓고 임실군이 건축비 2억원을 지원했다. 흙벽돌, 나무 등 친환경 자재로 만든 공부방·침실·식당·욕실 등을 갖췄다. 주민 4명이 ‘엄마품 온종일 돌봄강사’로 하교한 아이들의 숙제와 독서를 지도하고, 영어와 컴퓨터를 가르친다. 이 밖에 임실군 신덕면의 불재인재학당, 정읍시 칠보면, 임실 덕치면 농가 등에서도 도시 유학생 4∼10명씩을 받아 하숙시키고 있다.
농촌유학이 인기를 끌자 전북도가 적극 나섰다. 도는 ‘농촌유학지원센터(063-280-3388)’를 전국 최초로 열었다. 농촌유학 민간 운영자들과 협력체계를 구축해 홍보·유치 활동 등을 계획하고 있다. 7∼8월 팸 투어를 운영하고, 10월 농촌유학 박람회도 열 예정이다. 김제 성덕과 진안 동향 등에서도 농촌유학 프로그램을 실시하겠다고 밝혀 농촌유학생 수는 440명을 넘을 전망이다.
도 관계자는 “농촌유학은 도시 아이들의 정서 함양과 아토피 치료 등에 도움을 주고 시골 학교와 농촌마을을 되살리는 최적의 대안이자 희망 프로젝트”라고 말했다.
전주=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