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정보보호협정 파문] 한·호협정과 비교해보니… 곳곳에 ‘특혜성 조항’

입력 2012-07-03 19:22


한·일 정보보호협정이 절차적 하자 못지않게 내용상에도 문제점을 갖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한·일 협정 가서명 문안과 가장 최근 발효된 2010년 12월 9일 ‘한·호주 군사비밀정보의 보호에 대한 협정’을 비교해 봐도 ‘특혜성’으로 비쳐질 수 있는 조항이 확인됐다.

한·일 협정은 ‘군사비밀정보’의 정의를 ‘영상, 전자, 자기, 장비, 또는 기술의 형태’ 등 물리적 장비나 기술까지 광범위하게 포함했다. 지식재산권 보호 부문에 있어서도 한·호 협정이 ‘지식재산권을 축소하거나 제한하지 않는다’고 포괄적으로 명시한 반면 이번 협정은 특허권, 저작권, 기업비밀 등을 특정하며 국내 법령에 따라 준수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상대국 보안 당사자가 방문할 때 3주 전 서면을 통해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하는 한·호 협정에 비해 이번 협정에는 사전 승인 절차가 생략돼 있다.

특히 한·호 협정에 없는 ‘기관 간 약정’ 조항은 실무협상을 주도한 국방부가 과욕을 부렸다는 지적이다. 기관 간 약정이란 국가 간에 체결돼야 효력이 있는 조약과 달리 하부 정부기관 간에 조약 체결 관행이다. 즉 이번 협정이 발효가 되면 국방부는 일본 방위청과 이 협정의 구체적인 시행을 위한 보충이행 약정을 맺을 수 있는 것이다. 이화여대 법학과 최원목 교수는 “기관 간 약정은 엄격하게 보면 헌법에 위배된다”며 “향후 국방부가 일본 관계부처와 보충이행 약정을 맺는다면 이 또한 국회의 스크린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문제 제기에 대해 정부는 “이번 협정문 자체에 들어 있는 비밀은 하나도 없다”며 반발했다. 외교통상부 조병제 대변인은 3일 정례브리핑에서 “한·일 정보보호협정에만 특별한 개념이 새롭게 들어간 부분은 없다”며 “그동안 정부는 24개국과 (군사정보보호) 협정을 체결했지만 용어가 약간 차이가 있을 뿐 내용은 비슷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야당은 정부가 한·일 정보보호협정뿐 아니라 이와 함께 추진했던 ‘한·일 군수지원협정’도 가서명했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하며 공세를 폈다. 민주통합당 이용섭 정책위의장은 CBS라디오에 출연해 “두개를 같이해서 5월 말에 서명한다고 했기 때문에 가서명도 같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부 고위소식통은 “정보보호협정 체결 문제로 여론이 악화된 상황에서 현재 중지된 상호 군수지원협정을 추진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워졌다”며 “이 협정 체결 논의를 완전히 중단하는 방향으로 관련부처가 의견을 모으고 있다”고 밝혔다. 또 양국이 각각 군수지원협정 초안을 마련했으나 가서명 단계에는 이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성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