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만원→ 360만원 눈덩이… 장발장 만드는 美 민간 추심회사
입력 2012-07-03 19:04
미국 앨라배마에 사는 올해 31세의 지나 레이씨는 3년 전 과속으로 179달러(약 20만원)의 범칙금 처분을 받았다. 통지서에 날짜가 잘못 찍혀 법원에 해명할 기회를 놓쳐 운전면허까지 박탈당했다. 실직 상태여서 돈을 낼 수 없었던 레이씨는 민간 추심회사에 처분이 넘겨졌고, 회사는 그녀를 구치소에 가두고 매일 수수료를 부과했다. 심지어 구치소를 오가는 차량 운행비까지 레이씨의 부담이었다. 결국 그녀가 내야 할 돈은 범칙금과 수수료를 더해 3170달러(약 360만원)까지 늘었다.
뉴욕타임스(NYT)는 2일(현지시간) 각종 경범죄의 벌금과 범칙금 징수를 민간회사들이 대신하는 사례가 미국에서 확산되고 있다면서 실태를 보도했다.
이들 회사는 빚을 대신 받아주는 채권추심회사 역할에다 미납자를 찾아내 구치소나 교도소에 가두는 준사법권까지 행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한 위헌 소송을 준비 중인 존 롱 변호사는 “민간회사들이 돈 없는 사람들을 가둬놓고 각종 수수료를 거두는 것은 전횡”이라며 “애초 범칙금 징수를 쓰레기 수거처럼 민간업체에 맡긴 게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미국과 영국 등에서 민간회사들이 경범죄 범칙금 징수권을 맡기 시작한 것은 10여년 전부터다. 범칙금을 거두는 데 비용이 많이 들어 법원이 징수를 포기하는 사례가 늘자 민간 추심회사들이 뛰어들었다. 이들은 법원에 비용을 청구하지 않는 대신 당사자들에게 각종 수수료를 부과한다. 펜실베이니아 주에서는 단순 벌금에 무려 26가지 수수료로 2500달러가 더해진 경우도 있었다.
이라크전 참전용사인 힐 맥기씨는 공공장소에서 술을 마셨다는 이유로 270달러의 범칙금을 부과받았다. 매달 243달러의 연금에 의지해 살아온 그에게 민간 추심회사는 15달러의 수수료와 매달 39달러씩 추가 비용을 더했다. 1년 만에 맥기씨가 내야 할 돈은 700달러로 늘었다. 올해 53세인 맥기씨는 언제 추심회사가 자신을 잡아 가둘지 몰라 전전긍긍하고 있다.
NYT는 “대부분 경범죄를 저지른 이들은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기본권마저 보장받지 못했다”며 “이렇게 징수된 부과금은 법원 직원들의 연금이나 휴가비, 각종 비용에 쓰여 결국 법원이 가난한 사람의 등을 쳐서 먹고사는 셈”이라고 고발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