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득 소환 조사] ‘형님’ 출두하던 날… 심경 묻자 “가슴 아프다” 시종 담담한 표정

입력 2012-07-03 22:00


이상득 전 의원은 3일 오전 10시 은색 제네시스 승용차를 타고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 앞에 세워진 조각상 ‘서 있는 눈’ 앞에서 내렸다. 조각상은 ‘진실을 준엄하게 파헤친다’는 의미의 담고 있다. 이 전 의원은 긴장한 듯 굳은 표정으로 조각상을 지나 청사로 향했다. 지난 4월 25일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지난 5월 2일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도 이곳을 지나갔다.

짙은 감색 양복에 푸른색 넥타이를 맨 이 전 의원은 시선을 아래로 향하며 계단을 올랐다. 시종일관 입을 굳게 다문 모습에서 검찰 출석에 대한 복잡한 심경이 묻어났다. 이 전 의원은 포토라인에서 발을 헛딛고 카메라 마이크 선에 구두가 걸려 2차례나 몸을 휘청거렸다. 변호를 맡은 서창희(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장 출신)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가 뒤를 따랐다.

이 전 의원은 현재 심경을 묻는 질문에 “정말 가슴이 아프다”고 짧게 답했다. 저축은행 관련 금품수수 의혹이나 대선자금 의혹에 대해서는 “(올라)가서 얘기하겠다”고 말했다.

이 전 의원은 최운식 저축은행비리 합동수사단장과 5분간 접견한 뒤 곧바로 조사실이 있는 11층으로 올라갔다. 최 전 방통위원장, 박 전 차관 외에도 전두환·노태우·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 차남 홍업씨, 노무현 전 대통령 형 건평씨가 조사받던 곳이다. 검찰이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갖고 부르기 때문에 11층은 실세들의 무덤으로도 불린다.

이 전 의원은 간이침대와 소파가 있는 23㎡ 남짓의 1123호에서 조사받았다. 점심은 구내식당에서 배달한 설렁탕으로 해결했다. 검찰 관계자는 “20분 만에 밥을 먹고 휴식 없이 바로 조사에 응했다”며 “제기된 의혹에 대해 성실히 설명했다”고 말했다. 이 전 의원과 검찰 모두 한 번에 조사를 마무리 지으려는 듯 조사는 다소 빠른 속도로 진행됐다.

이 전 의원 소환을 지켜보던 시민단체 회원들은 “서민들이 피땀 흘려 마련한 돈을 빼간 저축은행 비리 관련자 이상득 전 의원을 구속하라”며 구호를 외쳤다. 저축은행 피해자 한 명은 실신하기도 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