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1’… 안철수·문재인·김두관 vs 정세균 vs 손학규 ‘결국 지역대결’
입력 2012-07-03 19:26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 구도가 주자들의 정치적 기반에 따른 ‘지역대결 양상’을 띠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예전 같았으면 호남 출신 유력 주자들이 영남표를 구애하던 모습이었으나 이번에는 영남 출신 후보들이 강세를 보이며 거꾸로 민주당 텃밭인 호남권을 잠식해 들어오는 양상이다.
지역대결 구도가 펼쳐지는 것은 주자들의 출신지 및 주요 정치적 기반이 고루 분산돼 있고, 특히 영남권 후보들이 초반에 선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각각 경남 거제와 남해 출신인 문재인 상임고문과 김두관 경남지사는 영남권을 대변하고 있고, 경기도 시흥 출신인 손학규 상임고문은 수도권을 주요 지지기반으로 두면서 한때 정치적 칩거에 들어갔던 곳인 강원과 충청으로 지지기반을 넓혀나가고 있다.
반면 전북 출신인 정세균 상임고문은 호남에서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고, 출마를 고심 중인 정동영 상임고문도 호남권 지분이 크게 약화된 상태다.
야권의 유력 주자로 거론되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도 부산 출신으로 영남과 수도권은 물론 호남에서도 기세가 등등한 상황이다.
당내 호남 출신들이 이처럼 맥을 못 추는 사이 김 지사가 오는 8일로 예정된 자신의 출마 선언을 호남인 전남 해남에서 갖기로 하는 등 이 지역 공략에 적극 나선 상황이다. 김 지사는 3일에는 수도권 표를 의식한 듯 박원순 서울시장을 만나 협조를 당부하기도 했다. 문 고문도 향후 유세의 많은 부분을 호남에서 ‘반노(反盧)’ 정서를 삭히면서 표 결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영남 후보들의 호남 공략에 맞서 정세균 고문은 출마 선언 후 첫 지방 투어로 광주를 방문해 ‘호남출신 후보 필패론’을 반박하는 등 견제에 나섰다. 그는 “출신을 따지지 말고 능력과 콘텐츠를 보고 판단해 달라”며 “내가 가장 민주당다운 후보 아니냐”고 목청을 높였다. 그는 4일에는 전남 하의도의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해 자신이 호남의 적자(嫡子)임을 각인시킨다는 계획이다.
손 고문도 PK(부산·경남) 후보들의 세 확산 차단에 본격 나섰다. 그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 초청 간담회에서 “안철수 원장 등이 부상하면서 야권에서 ‘2002년 영남효과’(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16대 대선에서 영남에서 30% 정도 득표한 일)를 다시 기대하고 있지만 이번에는 현실화되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에는 출신지보다는 중간층, 부동층의 마음을 누가 가져갈지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당 주변에서는 앞으로 영남 후보들과 비호남권 후보들이 대결 양상을 벌이면서 결국 호남표를 누가 더 가져갈지에 경선 승패가 달렸다고 보고 있다. 정치 컨설팅 기관인 국가비전연구소의 정기남 소장은 “호남 유권자들이 아직은 민주당 내부 대선 주자들에 다들 미더워하면서 아직 표심을 정하지 못한 상태”라며 “결국 앞으로 텃밭인 호남표가 누구한테 쏠릴지가 최대 관심거리”라고 내다봤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