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저당비 돌려달라” 4만명 집단소송

입력 2012-07-03 18:52

4만명이 넘는 소비자가 근저당 설정비 반환을 요구하며 집단소송에 나섰다. 금융소비자연맹은 지난 10년간 근저당 설정비와 관련한 소비자 피해액이 1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은 은행이 대출자에게 떠넘겼던 근저당권 설정비용을 돌려 달라며 피해구제를 신청한 4만2000여명을 대신해 지난달 28일 집단소송을 제기했다고 3일 밝혔다. 소송 대상 금융기관은 은행·보험·카드·캐피털 업체 등 1500여개에 달한다. 공공기관이 집단소송을 대리하기는 처음이다.

이들이 주장하는 1인당 평균 피해액은 53만원, 승소 시 보상금액은 총 220억원이 넘는다. 금융권 민간 집단 소송으로는 최대 규모다.

근저당 설정비란 은행이 담보대출용 근저당을 설정할 때 법무사 사무실에 지급하는 위임료와 등기비용 등을 말한다. 2008년 공정거래위원회는 근저당 설정비를 대부분 은행이 부담토록 은행 표준약관을 개정했지만 시중은행은 즉각 행정소송을 제기하며 반발했다. 대법원까지 가는 법정공방 끝에 패소한 시중은행은 지난해 7월 개정 표준약관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이에 지난해 7월 이전 부동산담보대출을 받은 소비자들이 소비자원에 피해구제를 신청했다. 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지난 2월 국민주택채권 매입비용을 제외한 근저당 설정비 전액과 인지세의 50%를 환급하라는 내용의 조정을 내렸다. 하지만 각 금융회사는 조정 결과를 거부했다.

소비자원은 부당이득 반환에 대한 청구권의 소멸시효가 10년이라 2003년 1월 이후 채무자에 한해 자문 변호인단을 통해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소송 참가자들은 대부분 근거 서류가 명확해 승소 확률이 높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2002년 공정위가 승인한 표준 약관에 따라 고객이 자율적 의사에 의해 근저당 설정비를 부담한 것이어서 은행이 위법행위를 한 게 아니다”면서 “비용을 소급 적용해 고객에게 반환하는 것은 법적으로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