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물백신’ 사실로 드러나… 2011년 농가 보급 한 종류 항체형성률 26%도 안돼

입력 2012-07-03 18:45

국내 농가에 보급된 구제역 혼합백신 두 종류 가운데 하나는 돼지 항체형성률 기준에 훨씬 못 미치는 엉터리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혼합백신이 효과가 없다던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주장이 부분적으로나마 사실로 드러났다.

농림수산식품부는 한돈협회·축산과학원·건국대 등과 함께 구제역 백신 항체형성률을 합동조사한 결과 지난해 9월부터 국내 농가에 보급된 두 종류의 혼합백신 항체형성률이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고 3일 밝혔다.

영국계 M사의 백신은 비육돼지에 예방접종한 뒤 4∼8주 후 구제역에 대한 항체형성률이 64∼98%였다. 반면 독일계 I사 백신은 26%도 되지 않았다. 이는 현행 가축전염병 예방법에서 설정한 돼지 항체형성률 60%에 턱없이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 법은 돼지 항체형성률이 60% 이상이 되지 않으면 해당 농가가 예방접종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해 50만원의 과태료를 물리도록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10개월 가까운 기간 동안 항체형성률이 20%대에 그치는 백신을 농가에서 사용했다는 점이다. 이번 검사 결과로 농가들의 백신에 대한 거부감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국내 보급될 백신 물량 3500만개 중 I사 제품은 1100만개에 달한다.

농식품부는 “I사에 원인규명 자료를 요청하고 최종 조사 결과가 나올 때가지 M사 백신을 우선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1월 구제역이 확산되자 전국 소·돼지에 대해 예방접종을 실시했으며 지난해 9월부터는 국내에 발생했던 O형 바이러스는 물론 A형, 아시아1형 등 다른 유형까지 예방하는 혼합백신을 공급해왔다. 지난해 4월 이후 아직까지 국내에서 추가 구제역 발생은 없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