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 비와 비 사이에

입력 2012-07-03 18:22


비가 오는 날이면 새들은 빗소리에 자리를 내어주고 둥지를 지키며 나뭇잎에 부딪히는 소리를 듣는 모양입니다. 그래서 비가 오는 날이면 숲 속의 새들은 또 다른 소리를 들으며 세상을 배웁니다.

하늘을 날지 않는다고 시간을 잃어버리는 것은 아닙니다. 세상에 귀를 기울이고 마음을 열어 가면 이 세상의 보지 못한 것들에서 배울 수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살아간다는 것은 깨달음의 시간입니다.

숲에 떨어지는 빗소리에 새의 노랫소리는 멀리 갈 수 없습니다. 그래서 비가 오면 새들은 날지도 않고 노래도 멈춥니다. 인생도 마찬가지입니다. 고난의 장맛비가 내린다 할지라도 영혼은 더욱 높이 날 수 있습니다. 장맛비가 숲을 가리고 앞이 보이지 않지만 영혼은 더욱 힘차게 날갯짓할 수 있습니다. 왜냐면 영혼은 마음의 노래가 울려나올 때 하늘을 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비가 오려는지 하늘이 점점 어두워집니다. 이젠 숲에서 나와야겠습니다. 또다시 새들의 노래는 나뭇잎에 떨어지는 빗소리에 멈추겠지만 영혼에서 우러나오는 노랫소리는 계속될 것입니다. 검은 장마구름 위에 파란 하늘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배성식 목사(용인 수지영락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