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령화 폭탄 이대로 맞을 건가

입력 2012-07-03 18:33

“너희의 젊음이 노력으로 받은 상이 아니듯 나의 늙음 또한 내 잘못으로 받은 벌이 아니다.” 영화 ‘은교’에서 시인 이적요는 싱싱한 젊음을 눈앞에 두고 사랑하는 감정을 드러낼 수 없는 늙음에 대해 한탄한다. 늙는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달갑지 않은 일이다. 돈 없이 노후를 맞는 것은 더더욱 그렇다.

그런 점에서 최근 국민연금연구원이 내놓은 보고서는 주목할 만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11년 소득불평등 통계를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 전체 가구 평균소득 대비 노인층 소득 수준이 OECD 30개 국가 가운데 두 번째로 낮았다. 아일랜드가 65.9%로 가장 낮았고, 우리는 66.7%에 머물렀다.

소득 수준이 낮다 보니 2000년대 중반 기준 64∼77세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은 45.1%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았다. 노인인구의 빈곤 위험은 전체 인구 빈곤 위험보다 3배 더 높았고, 75세 이상은 3.3배 이상 높다는 게 연구원 분석이다.

노년층뿐만 아니라 40·50대 중장년층의 노후 대비도 미흡하긴 마찬가지다. 한국보험학회와 조사연구학회가 1955년(57세)∼1974년(38세)에 태어난 2000명을 대상으로 노후 대비 실태를 조사한 결과 10명 중 5명이 퇴직급여 혜택에서 배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퇴직금을 중간정산한 뒤 노후생활과 무관한 곳에 써버렸다는 답변도 89%나 됐다. 노후 준비를 해야 할 시기에 자녀교육과 집 대출금 갚는데 허덕이다 보니 노후 준비는 뒷전으로 밀려나 있는 것이다.

통계청 전망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17년 노인인구가 전체 인구 중 14%를 차지해 고령사회로 들어서고 2026년에는 초고령사회(노인인구 비중 20.8%)로 진입한다. 2026년에는 5명 가운데 1명은 노인이라는 얘기다. 생산가능연령인구(15∼64세)는 2016년부터 줄어드는데 반해 수명은 길어지면서 2060년에는 10명이 노인 8명을 부양해야 한다.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면 경제의 활력이 떨어지고 일할 수 있는 인구가 줄면서 성장률 위축은 피하기 어렵다.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 지출이 늘어 국가재정에도 심대한 영향을 주고 무엇보다 노인 빈곤은 심각한 사회문제를 야기할 것이다.

참여정부 때부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구성해 해법을 모색했지만 고령사회 대책은 여전히 미흡하다. 국가재정의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고령사회에 대비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정년 연장을 비롯, ‘평생 현역시대’라는 인식 위에 국가·기업·개인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 여야가 지난 총선 때 60세 정년 연장 법제화를 공약으로 내건 만큼 이번 국회에서 성과를 내기 바란다. 현재 근로자의 33% 정도만 가입해 있는 퇴직연금의 활성화도 시급하다.

사회안전망 역할을 하는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 제도의 안정성도 높여야 한다. 이대로 가면 국민연금이 2053년 고갈되기 때문에 ‘더 내고 덜 받는’ 개혁이 필요하다는 국회 예산정책처의 고언에 대해 논의를 시작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