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진홍] ‘지구의 정원, 순천만’
입력 2012-07-03 18:29
평온한 아름다움. 용을 닮았다는 용산(龍山)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우리나라의 대표적 갈대습지 순천만이 주는 인상이다. 파란 하늘, 넓게 퍼져 있는 갯벌, 원형의 갈대숲들, 그 사이로 흐르는 바닷물, 유유히 지나는 유람선 등을 한눈에 볼 수 있으니 누구라도 가질 법한 느낌이다.
그 속은 온갖 생명들로 가득 차 있다. 천연기념물 228호인 흑두루미를 비롯한 230여종의 철새와 120여종의 식물이 서식한다. 갈대숲 사이에 놓인 데크 산책로를 걷노라면 짱뚱어와 칠게, 개개비 등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순천만이 ‘하늘이 내려준 정원’ 또는 ‘생태계의 보물창고’라고 불리는 이유다.
세계 5대 연안습지인 순천만 방문객은 연간 300만명에 달한다. 2001년 10만명이던 것을 감안하면 비약적 발전이다. 순천만을 자연 그대로 보존한 결과다.
순천만의 진화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도심과 순천만 사이에 완충지대를 조성하는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것이다. 완충지대의 핵심은 국제정원박람회다. 급증하는 관광객들로 인해 순천만 생태계가 위협받을 지경이 되자 시(市)가 궁리 끝에 정원박람회를 유치한 것이다. 정원박람회는 푸른 도시를 만들자는 취지로 선진국에서 150년 전부터 열려 왔다. 우리나라에선 처음 열리는 정원박람회는 ‘지구의 정원, 순천만’이라는 주제로 내년 4월 20일부터 10월 20일까지 6개월간 열린다.
박람회장은 도심이 순천만 쪽으로 밀고 들어가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기 위해 도심 남쪽 끝자락에 조성된다. 총 면적은 134만2000㎡. 한 가운데에는 미국 일본 영국 독일 스페인 등 10개국의 특색 있는 전통 정원이 들어선다. 영국의 정원 설계가인 찰스 젱스가 디자인한 호수도 만들어진다. 박람회장 맞은편에는 한국을 대표하는 정원, 첨단 기술을 통해 순천만의 진면목을 보여줄 국제습지센터가 자리 잡는다. 박람회장과 국제습지센터 사이에는 동천이 흐른다. 이 동천을 가로지르는 ‘꿈의 다리’도 건설된다. 세계적인 설치미술가 강익중씨가 컨테이너를 재활용해 만든다.
박람회장에서 순천만까지의 거리는 5㎞ 정도. 이 구간에서의 자동차 운행은 금지되고, 친환경 교통수단인 무인 궤도차가 운행될 예정이다.
박람회가 끝나더라도 거의 모든 시설들은 폐기되지 않고 그대로 유지된다. 순천만을 보호하는 역할은 물론 생태도시 순천을 한 단계 도약시키는 명소가 되지 않을까 싶다.
김진홍 논설위원 j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