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쟁이는 우중충한 장마철에 더 돋보여”

입력 2012-07-03 17:42


전국이 5일부터 장마권에 든다는 기상청 예보다. 오랜 가뭄 끝 비소식이라 반갑게 맞아야 하지만, 도심의 오피스 레이디들은 걱정이 앞선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번 장마는 서울 도심에서 물난리를 겪었던 지난여름보다 더 큰 폭우가 예상된단다. 우산을 써도 온몸이 흠뻑 젖었던 지난해의 악몽이 떠오를 수밖에 없다.

난세에 영웅이 빛난다고 옷 입기가 마땅치 않을 때 멋쟁이들은 더욱 돋보이게 마련이다. 이번 장마 에는 레인코트와 레인부츠, 비에 젖지 않는 가방과 멋진 우산 등으로 장대 같은 장맛비도 막고 한껏 멋도 내보자.

◇레인코트=장마철 필수품으로 자리 잡으면서 비를 막는 기능에 디자인이 더해져 패션 아이템으로 업그레이드 됐다. 빈폴아웃도어, 밀레 등 아웃도어브랜드는 물론 보그너골프, 버버리 프로섬 등 해외유명브랜드까지 앞 다퉈 레인코트를 출시하면서 트렌치코트, 사파리, 점퍼, 판초 스타일 등 디자인이 다양해졌다. 컬러와 패턴은 더욱 호화로워졌다. 빨강 노랑 등 원색을 중심으로 연두 주황 등 네온컬러까지 나와 있다. 패턴도 땡땡이, 체크, 호피, 꽃무늬 등 갖가지다.

패션 아이템이긴 하지만 레인코트를 고를 때 우선 봐야 할 것은 방수성. K2 정철우 의류기획팀장은 “봉재 라인의 바늘구멍을 통해 빗물이 스며들 수 있으므로 봉재 라인의 방수 처리까지 꼼꼼히 살펴보는 것이 좋다”면서 방수성과 함께 땀과 내부 습기를 배출시켜주는 투습성까지 갖춰야 끈적임 없이 착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신=장맛비에 가장 지저분해지는 것은 신이다. 그래선지 레인부츠는 여름철 꼭 갖춰야 할 품목으로 자리 잡았다. 헌터, 무브부츠, 크록스, 금강제화 등 신발 브랜드를 비롯해 K2, 휠라 등 아웃도어 브랜드, 에밀리오 푸치, 코치 등 해외유명브랜드들이 레인부츠를 일제히 출시했다. 색상과 무늬가 레인코트 만큼 다양하다. 길이도 발목까지 오는 앵클부터 종아리 중간, 무릎까지 올라오는 것도 있고, 굽이 있는 것들도 있다.

금강제화 디자인실 강주원 차장은 “천연고무 소재가 합성소재 제품보다 비싼 편이지만 방수 기능이 탁월하고, 유연성이 좋아 겨울에도 신을 수 있다”면서 보통 신는 신보다 한 사이즈 큰 것을 신으면 통풍도 잘 되고 신고 벗기 편리하다고 조언했다. 레인부츠는 빗물을 잘 닦아낸 다음 뒤집어서 그늘에서 말리고, 보관할 때는 신문지를 말아 넣어둬야 모양이 유지된다.

투박한 레인부츠가 꺼려진다면 젤리슈즈에 눈을 돌려보자.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시장표’가 주류였지만 올여름에는 모스키노, 토리 버치, 지미추, 구찌 등 해외 유명 브랜드들이 젤리 슈즈를 내놓고 있다. 카르텔에선 9㎝짜리 웨지힐 젤리슈즈까지 선보였다.

크록스 마케팅팀 신성아 이사는 “젤리슈즈는 일상 패션과 같이 입어도 될 만큼 디자인이 개선되고 다양해졌다”며 특히 올해에는 공기 순환을 원활하게 하고 신발에 물이 들어와도 잘 빠지는 실용적인 제품들이 많다고 소개했다.

◇가방=가죽 가방은 물에 젖으면 가방도 망가지지만 안에 있는 소지품들도 해를 입게 마련이다. 쿠론은 합성가죽소재에 가방 안에 우산을 넣을 수 있는 탈부착 파우치가 있는 ‘레이니 백’, HTML은 이중 방수처리에 IT제품용 방수 포켓까지 갖춘 위크엔드라인, 크록스는 젤리백을 선보이는 등 업체들은 발 빠르게 장마를 겨냥한 백들을 출시하고 있다.

쿠론 마케팅 주영진 과장은 “습도에 민감한 천연가죽 가방보다는 실용적이고 생활방수가 가능한 인조가죽 가방을 드는 것이 좋다”면서 우산을 들어야 하므로 손으로 드는 토트백보다는 어깨에 메는 숄더 스타일이 더 유용하다고 귀띔했다.

◇우산=장마 패션에 구두점을 찍는 것이 바로 우산. 그저 비만 가리면 된다고 생각한다면 멋쟁이가 되기는 어렵다. 각양각색의 우산이 나오고 있으므로 레인코트의 색상과 디자인에 따라 골라 보자. 레인코트가 단색의 정장풍이라면 화사한 색상에 예쁜 무늬가 있는 우산을, 무늬가 있는 판초 스타일이라면 단색 우산이 어울린다. 세찬 바람을 동반한 폭우가 일상화되면서 태풍 앞에서도 뒤집히지 않는 우산도 등장했다. 우산이 대칭 구조여야 한다는 오랜 편견을 깨고 네덜란드의 센즈사가 델프트공과대학과 공동으로 개발한 우산이 그것. 시속 100㎞ 강풍 앞에서도 끄떡없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