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선 목사의 시편] 전쟁과 평화

입력 2012-07-03 17:58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을 대비하라’는 표어를 군에서 자주 보았습니다. 총 쏘는 연습을 많이 하고 작전 수행에 익숙하도록 훈련을 해야 평화를 지킬 수 있다는 뜻이겠지요. 그런데 이런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전쟁연습을 열심히 하는 것 때문에 적군도 전쟁 준비를 하게 되고, 그것 때문에 우리는 다시 더 열심히 대응을 하는 악순환이 생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전력증강을 위해 돈을 더 많이 쓰면 적들도 마찬가지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전쟁 준비가 적들을 자극하고 그것이 또 우리에게 악영향을 미쳐 평화보다는 전쟁 가능성을 높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성경이 말씀하시는 평화는 전쟁 준비를 잘한다고 만들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칼과 창, 그리고 총과 대포로 무장하는 것이 평화를 조성하지 못한다는 것은 역사를 통해 이미 증명됐습니다. 북한의 핵문제는 우리나라 뿐 아니라 한반도를 둘러싼 나라들의 주요 관심사입니다. 북한이 강해지면 우리도 강해져야 하고 그에 따라 주변 국가들도 긴장하면서 전쟁공포만 높아집니다.

‘팍스 로마나(Pax Romana)’는 칼로 이룬 평화였기에 더 큰 힘을 가진 자의 도전을 불러왔고 결국 로마는 무너집니다. 칼을 가지면 칼로 망한다고 주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마 26:52). 칼은 쓰는 것이 아니라 갖고 있는 것 자체로도 위험합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찰스 브라나스 교수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총기를 소지하고 다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총에 맞아 죽을 가능성이 4.5배가 높습니다. 총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살해될 가능성도 4.2배라고 합니다.

위험은 늘 내 안에 있습니다. 내가 싸울 준비를 잘해 힘이 강해지면 오히려 위험해진다는 말이지요. 싸움 잘하는 사람이 싸우다 죽을 확률이 높습니다. 내 자신을 무장해제해야 합니다. 하나님 나라는 칼과 창을 쳐서 농기구를 만들고 전쟁 연습을 하지 않는 세상임을 미가 선지자가 선언했습니다(미4:1∼5).

이 땅에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은 사랑뿐입니다. 손에 든 무기나 뛰어난 싸움 기술이 아닌, 상대를 이해하고 안아주고 용서하는 사랑이 싸움의 위험을 줄이고 평화를 만듭니다. 부부관계의 평화는 사랑만이 만들 수 있다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남편과의 평화를 위해 태권도를 연습하는 아내가 있다고 생각해보십시오. 얼마나 위험합니까. 남편은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요.

힘은 전쟁의 원인이 될 수 있지만 사랑은 평화를 만듭니다. 미워하는 사람을 향해 겨누던 마음의 총을 내려놓을 때 내 삶이 평화롭습니다. 이런 말씀이 떠오릅니다. “할 수 있거든 너희로서는 모든 사람과 더불어 화목하라”(롬 12:18)

<산정현교회 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