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부 낯뜨거운 ‘자화자찬’… 실제 해외취업 프로그램은 꼴찌로

입력 2012-07-02 21:57


‘정부 해외 인턴사업’에 대한 평가권을 쥐고 있는 교육과학기술부가 뚜렷한 성과가 없는 교과부 소관 사업을 최상위권으로 올리고 실제 해외 취업 성과를 거둔 타부처의 프로그램을 최하위로 평가하면서 빈축을 사고 있다. 평가 결과가 내년도 예산에 반영돼 사업 규모가 조정되는 만큼 부처 이기주의가 작동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교과부는 2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해외 인턴사업 12개 프로그램에 대한 성과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정부 해외 인턴사업은 청년 취업난 완화를 위해 2009년 도입된 이명박 정부의 역점 사업이다. 각 부처별로 프로그램이 난립하자 지난해부터 교과부가 총괄 평가하게 됐다.

평가 결과 교과부의 ‘전문대학생 해외현장실습’이 종합점수 87.68점으로 1위를 차지했다. 지식경제부의 ‘플랜트 해외 인턴지원’이 81.06점으로 뒤를 이었으며 교과부의 ‘WEST’(한·미 대학생 연수취업)는 80.17점으로 3위를 차지했다. 반면 농림수산식품부의 ‘외식기업 청년인턴’은 60.23점으로 최하점을 받아 12위, ‘해외농업인턴’은 62.50으로 1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11위 해외농업인턴의 경우 인턴 수료자 4명이 전원 인도네시아에 본사를 둔 ‘코린도 그룹’에 취업했다. 꼴찌인 외식기업 청년인턴 역시 인턴 수료자 39명 전원이 해외 취업에 성공했다. 이에 반해 1위인 전문대학생 해외현장실습과 3위인 WEST는 실제 취업자가 얼마인지 알 수 없었다. 참가자 개인의 역량을 증진시키기 위해 마련된 프로그램에 취업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다는 게 교과부 담당자의 설명이다. 특히 WEST의 경우 국회와 기획재정부 등으로부터 뚜렷한 성과 없이 어학연수나 여행 목적으로 활용된다는 지적을 받아왔었다.

교과부는 부처별로 추천된 전문가 6명과 외부 전문가 5명으로 평가단을 구성했고, 인턴 수료자를 대상으로 만족도를 평가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부정책연구 종합관리시스템(프리즘)에 따르면 외부 전문가 5명 가운데 최소 3명이 과거에 교과부가 발주한 정책연구사업에 참여한 전력이 있었다. 평가자의 객관성을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교과부가 추천한 전문가도 2010년 말 교과부의 3000만원짜리 정책연구사업을 수주했다.

하위 평가를 받은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인턴 수료자를 대상으로 하는 ‘만족도 설문’을 평가에 반영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다”면서 “국제기구에 파견된 석·박사 인턴과 개도국 호텔 식품부에서 일한 인턴의 만족도를 일률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이도경 김수현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