끌어주고 밀어주고… ‘영남권 모피아’ 금융계 쥐락펴락
입력 2012-07-02 13:45
친MB 성향의 ‘영남 모피아’가 정권 말 경제부처와 금융계를 지배하고 있다. 모피아는 기획재정부의 전신인 재무부의 영문 약자(MOF)와 이탈리아 범죄 조직 ‘마피아’를 결합한 말이다. 엘리트 의식이 강한 재무 관료들이 마피아처럼 결집해 관련 기관을 손에 넣고 쥐락펴락하는 경향을 빗댄 것이다. 특히 이들과 연고가 닿는 인사들이 국내 주요 금융회사·단체의 수장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금융당국이 중립을 지킬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홍영만(54) 금융위원회 상임위원이 오는 17일 임기가 끝나는 안택수(69)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의 후임으로 유력하다. 일부에서는 사실상 내정됐다는 소문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토를 다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다. 홍 위원은 행정고시 25회 출신으로 과거 재정경제부 금융협력과장과 해외홍보과장을 지냈다. 고향은 부산이다.
금융·경제계 주도권은 이미 ‘영남 모피아’가 쥐락펴락하고 있다. 행시 23회 동기인 김석동(부산) 금융위원장과 권혁세(대구) 금융감독원장이 금융정책의 핵심에 서 있는 데다 박재완(경남 마산) 기획재정부 장관도 범영남 모피아로 분류된다. 또 선배 관료인 박병원(부산) 전국은행연합회장, 진영욱(부산) 정책금융공사 사장이 그 뒤를 받쳐주고 있다. 박 회장은 재무부 출신은 아니지만 재정경제부에서 경제정책국장, 차관 등을 거쳤다.
최근 NH농협금융지주로 가면서 금융지주사의 영남권 독식 논란을 불러일으킨 신동규(경남 거제) 회장도 재무부와 재정경제부 관료를 지냈다. 국세청의 경우 경북 청도 출신인 이현동 국세청장에 이어 요직도 대부분 영남권 인사로 채워졌다.
강만수(경남 합천) KDB산은금융그룹회장은 재무부에서 출발해 재정경제원 차관과 재정경제부 장관을 지냈다. ‘영남 모피아’의 지주 격 인물이다. 범위를 넓히면 재정경제부 기획관리실장을 지낸 김규복(경남 김해) 생명보험협회장도 영남 모피아에 속한다.
금융권에서는 이들을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는 관계로 본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강만수 산은금융 회장을 모시려고 삼고초려를 했다”며 산은지주회장 연봉을 올려야 한다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최근 금융위 고위 간부는 자기 집무실을 찾아온 신동규 농협금융지주 회장을 깍듯이 대접했다는 후문도 나돌 정도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김미영 정치입법팀장은 “영남권 출신 중에 능력 있는 인사가 많다고 해도 지역 소외나 불공정 인사에 대한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며 “당국이 감독 업무를 수행한 결과에 대해서도 특정 라인의 배려를 받은 거 아니냐는 식으로 신뢰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