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폐지론… 뜬금없다”… 평교수들 “모독말라” 격앙
입력 2012-07-02 19:17
서울대는 민주통합당이 대선 공약으로 거론한 ‘서울대 폐지론’에 공식 반응은 내놓지 않으며 다소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몇몇 평교수들이 공개적으로 불만을 제기하며 정치권을 비판하는 등 내부 반발 기류가 확산되고 있다.
서울대 오연천 총장은 2일 확대간부회의에서 서울대 폐지론에 대한 처장단의 입장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처장단은 ‘구체적인 안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반응은 자제하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 남익현 기획처장은 “정치적 논쟁 속에 서울대 이슈가 언급되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라며 원론적 입장만 밝혔다. 또 다른 서울대 관계자도 “당황스럽고 뜬금없는 이야기”라며 말을 아꼈다.
반면 대다수 평교수들은 정치적 목적으로 서울대가 언급된 데 대해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한 원로 교수는 “서울대에 대한 모독이다. 선거 때마다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게 한탄스럽다”고 말했다.
서울대 교수협의회 회장인 호문혁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치인들이 선거를 앞두고 ‘서울대 때리기’를 하면 인기가 올라간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국공립대를 통합하는 게 현재 대학의 서열화 구조를 없애는 근본 대책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경제학부 이준구 교수도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개혁을 표방한 제도 변화가 많은 경우 ‘개악’으로 끝나고 마는 것은 문제점을 충분히 생각하지 않은 탓”이라며 “통합된 국립대학 체제가 장점만 가질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너무나 순진한 태도”라고 지적했다.
서울대 폐지 주장은 2004년 노무현 정권 당시에도 제기됐었지만 교육계와 여론의 반대로 논의가 일단락됐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